외하리 고부천 인근에 있는 농경지가 침수된 모습
외하리 고부천 인근에 있는 농경지가 침수된 모습

 

지난 28일 새벽비로 농경지 침수돼
농민들, 이정도 비에 침수는 처음

 

원인은 고부천 공사로 생긴 병목 현상
건널목 아래 콘크리트 배수관 크기 작아
하천 배수량 소화 못해 물 흐름 막혀

 

주민들, “위험하다” 관계자에 말했지만
그때뿐 별다른 조치도 없어 공사 강행
업체의 편의주의가 낳은 ‘인재’에 무게 

지난 28일 새벽에 내린 비로 부안군내 상당수 농지가 침수된 가운데 하천 확장공사가 진행되는 고부천 주변 농경지 침수를 두고 공사 편의주의가 초래한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안읍 행중리에 사는 김 아무개 농부는 “평생을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이 정도 비에 침수된 적이 없다”며 “고부천 확장공사 과정에서 좁아진 물길이 침수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콩 2,400평이 침수됐다는 신흥리의 배 아무개 농부도 “고작 150mm 물에 고부천 주변 농지가 침수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사한답시고 흉관 몇 개를 묻어놓고 물길을 막은 공사 업체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부안읍 행중리, 옹중리 외하리, 내요리 등 고부천 주변 주민들은 비가 많이 와도 원래부터 피해가 없던 지역이라 논만 줄어드는 하천 확장공사를 처음부터 반대해 왔다며 이번 침수는 공사하기 쉽도록 하천의 흐름을 막은 공사 편의주의가 낳은 인재를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덤프트럭 등 대형 건설 장비가 하천을 넘어 다닐 수 있도록 임시로 만든 교각이 물의 흐름을 막아 침수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다리는 하천 건널목 수준으로 콘크리트로 된 원형 배수관을 몇 개 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차량이 다니도록 만든 것이다.
문제는 물이 지나는 통로 격인 원형 배수관이 하천 배수 용량보다 작다는 데 있다. 결국 불어난 물이 이곳 배수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물이 막히면서 하천 주변 농경지로 범람하게 됐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공사 차량용 임시 교량때문에 물의 흐름이 막히자 굴삭기로 뚫고 있다
공사 차량용 임시 교량때문에 물의 흐름이 막히자 굴삭기로 뚫고 있다

 

게다가 이 건널목을 놓기 위해 건널목이 시작되는 처음과 끝을 기반용으로 매립해 결과적으로 하천 폭이 좁아졌고 병목현상이 심각해졌다는 주장도 더해진다.
실제 지난 28일 부안읍 외하리 인근 고부천에서 공사 업체 관계자가 굴삭기를 이용해 이 다리 일부를 허물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이미 다리 위까지 물이 다 체이고 있었고 이 건널목이 시작되고 끝나는 각각의 지점은 하천 폭의 1/3 수준까지 매립돼 병목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고부천 공사 시점부터 관심을 뒀다는 김 아무개 농부는 “흉관(콘크리트 배수관)을 아무리 놔봐야 하천물을 다 배수하지 못한다고 여러 차례 현장 소장에게 말했다”며 “민원을 제기하면 그때만 알았다고 답하고는 흐지부지 넘어가기 일쑤였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농부는 농어촌 공사가 관리하는 하장리 배수갑문의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 예보가 있으면 미리 갑문을 열어 하천 수위를 낮췄어야지만 비가 오고 나서야 갑문을 연 탓에 침수가 더 빨리 시작됐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도 있었고 공사 관계자도 물길이 좁아진 것을 알았기에 이번 침수 피해는 인재다. 따라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벼의 경우 일시 침수가 있었다고 해도 생육에 크게 지장이 없을 수 있지만 문제는 콩”이라며 “침수가 24시간 지속되면 수확하기 어렵고 수확해도 과실이 좋지 않아 농가의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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