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전 서림공원 입구 모습
공사 전 서림공원 입구 모습

공원 입구 비탈면 붕괴위험 있고
쓰레기 등 미관 해친다는 이유로

 

감나무 등 자생 나무 수종 캐내고
경관블럭 쌓고 새로운 수종 식재

 

A 읍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대로”
B 주민, “비만 오면 흙탕물…공사해야”

 

개발과 보전, 삶의 질 향상이 기준
과거에는 경제적 측면 고려했다면
현재는 환경적인 면을 높이 평가해야
 

성황산은 읍민들이 사랑하는 산
충분한 토론 거쳐 공사해야 의견도

 서림공원 입구를 정비하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성황산 일부가 파헤쳐지자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의견과 함께 ‘경관 개선에 필요한 개발’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성황산을 자주 찾는다는 A 읍민은 “수십 년 된 나무가 있는 성황산 입구를 굴삭기로 파헤쳐 인공 구조물을 놓으려는 모습이 안타깝다”라며 “지금 그대로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본지>에 제보했다. 반면 성황마을에 사는 주민 B 씨는 “비만 오면 흙탕물이 배수로를 넘쳐 도로를 덮는다”며 “경사진 곳을 고쳐 미관을 살리고 불편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전과 개발로 의견이 나뉘는 공사 현장은 부안군청 뒤 예전 심고정(활터) 자리 맞은편으로 흔히 성황산 입구로 불리는 곳이다.
부안군은 지난 3월 서림 도시숲 진입구 정비라는 이름으로 총 2건의 공사 계약을 했다. 한 건은 정비사업으로 공원 입구 비탈면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되며 사업비는 6천 4백여만 원이다. 다른 한 건은 이곳에 경관 블럭을 쌓는 사업으로 자재 구입비만 2천여만 원이다. 두 사업을 합하면 약 1억 원이 총 사업비에 해당한다.
현재는 기존의 석축을 허물고 이곳에서 자생하는 나무 수 그루(감나무 2주, 낙엽활엽교목 1주, 왕벚나무 1주)를 캐냈으며 계단식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초 토목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대형 암반이 나오면서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공사가 잠시 멈춘 상태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입구 비탈면과 이곳에 있던 자생 나무들이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져 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입구 비탈면과 이곳에 있던 자생 나무들이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져 있다  

 

부안군은 이곳에 애기동백, 홍가시나무, 모감주나무 등 새로운 수종의 나무 수십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허물어진 경계면에는 인공 경관 블럭을 100미터 길이로 설치해 경관을 꾸미고 붕괴위험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사업 추진부서인 부안군청 도시공원과에 따르면 이곳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이 보기에 안 좋고 잡목이 많아 경관이 지저분한데다 경사가 심한 비탈면(법면)으로 돼 있어 붕괴의 위험이 따랐다. 또한 비탈면 위 토지에 불법 경작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버리면서 미관을 해쳤다. 이 같은 문제점이 수년간 제기됐고 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주민과 논의를 거쳐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부안군의 설명과 달리 주민과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황마을 최성두 이장은 “이 공사와 관련해 따로 주민들 의견을 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이장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초입인데도 지저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깨끗하게 정비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성황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한 주민도 “(자신에게는) 공사가 필요하냐고 물어본 적은 없었다”며 “괜한 짓”이라고 일축했다. 공사 현장 아래쪽에 산다는 한 주민은 “비가 맨날 오는 것도 아니고 수십 년간 자연 그대로 있었던 곳인데 붕괴위험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부안군에서 돈이 많아 남아돌아 그러나 보다”라고 말했다.
공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주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깨끗하게 하면 좋다”, “행정이 하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 없다” 등 자신과 무관한 주변인의 시선으로 답했다. 
개발과 보전 논란에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준이 있다. 과거에는 삶의 질에 있어 경제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자연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의견이 많다. 성황산 입구 개선 사업도 그런 관점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자생 나무를 캐내고 인공 블록을 쌓고 새로운 나무를 심은 행위는 인류가 풀어야 할 기후 위기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도 성황산은 부안읍민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은 공간이다. 보통의 공원이나 임야에서 자행되는 공사와는 느낌의 강도가 다르다. 따라서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공사는 시작됐고 산림은 파헤쳐졌다. 그럼에도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앞으로 더 ‘신중 하자’라는 취지다.
도시공원과 관계자는 “오래전에 석축 공사가 된 곳으로 붕괴위험이 있을뿐더러 입구라는 점에서 지금보다 경관을 살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최대한 자연을 해치지 않고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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