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날아다니는 새를 찾아다니고,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탐조라 한다. 대자연 속에서 몇 시간, 며칠을 원하는 새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탐조 촬영에 여념이 없는 활동은 어딘가 어른들의, 그리고 남성적인 활동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쌍안경과 커다란 카메라를 양쪽 어깨에 메고 혼자서도 부안 곳곳을 새를 찾아다니는 어린 여학생이 있다. 바로 친구들 사이에서 새에 미친 사람이라는 요즘 말로 새미새라는 별명을 가진 차연경(15) 학생이다. 새에 미친 새끼라는 거친 말을 줄여 부르는 별명이 싫을 듯도 한데, 자타공인 새미새라는 연경양은 그 별명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부안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연경 양은 줄포갯벌생태공원에 근무하는 고모를 통해 지난해 1월 탐조에 입문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하고 특히 공룡에 심취해 공룡박사가 되고 싶었다던 어린 소녀는 이제 탐조에 빠진 중2가 됐다. 흔히들 중2병이라고 일컫는 사춘기 시기를 다른 무엇도 아닌 새에 흠뻑 빠진, 새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듯한 특별한 학생을 만나 함께 탐조에 나섰다.
줄포갯벌생태공원과 맞닿은 줄포 갯벌을 찾아 왜가리, 물까치 등을 만나 촬영하고, 농게와 흰발농게, 망둑 등 갯벌 생물들까지 두루 알고 있는 연경 양의 설명은 새롭고 재미가 넘쳤다.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끊임없이 각종 생물에 얽힌 이야기, 자신이 왜 그것들에 관심을 두고 그렇게 좋아하는 지를 설명하는 모습 속에서 탐조와 자연을 대하는 연경 양의 진심이 얼만큼인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왜가리를 발견해 관찰 중인 차연경 양
왜가리를 발견해 관찰 중인 차연경 양

전 세계적으로 조류, 우리가 새라고 부르는 것은 약 1만여 종이 있다는데, 차연경 학생은 모든 새를 다 만나보고 싶다고 한다. 지난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탐조에 깊게 빠져들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전국 각지를 누비며 공부했고 여러 새를 만났다. 자신이 만난 새들의 종류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뒀는데 지금껏 탐조했던 새의 종류가 무려 80종이 넘는다. 
걸어서 15분 이상 걸리는 학교까지 거리를 부모님이 차를 태워준대도 마다하고 걸어 나선다. 그것도 누구보다 빨리, 어느 학생도 집을 나서지 않은 이른 시간에 묵묵히 걸어 학교를 향하는 이유는 학교길에 만나는 새들 때문이다.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 매일 겪는 새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좋길래, 가늠하기 쉽지 않다. 
도대체 새를 얼마나 좋아하길래, 새를 마스코트로 섰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가게도 있다. 부안읍의 가게 시고르 잡화점은 마스코트가 참새인 ‘참피’인데, 가게 간판에 참새 마스코트 그림이 걸려있다는 이유로 그곳을 좋아하게 됐고,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러 다니고 있다.
탐조를 좋아하는 동무들을 만나고 함께 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자신이 다녔던 부안초등학교의 후배들과 함께 만든 ‘새로운 세상’이라는 탐조 동아리를 만들었다. 올해 마침 부안군이 학생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준 덕분에 함께 활동할 친구들이 많아졌다. 

새를 볼 수 있고, 배움이 있다면 학교를 빼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탐조에 대한 열정이 굉장하다. 우리나라에서 조류 관련해서는 가장 유명한 원조 새박사인 윤무부 박사에게 초대받는 기회까지 만들 만큼, 새에 관해서는 정말 ‘미쳤다’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텃새, 철새, 나그네새 등 종류를 막론하고 꿰뚫고 있는 데다 새들의 영어 이름, 학명까지 물어보는 것마다 줄줄 나온다. 새의 소리로 종류를 맞추는 것도 기본이라고 할 정도다. 
연경 양은 탐조를 위해 100만 원이 넘는 탐조용 줌카메라를 자신이 모아온 용돈으로 샀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열심히 저축한 것도 놀라운데, 자신의 활동을 위해 거금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을 보면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다.
탐조 외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다. 당연히 그림의 주된 소재는 새다. 자신이 탐조한 새를 자세히 그려보기도 하고,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새를 그려보기도 한다.
연경 양이 가장 좋아하는 새는 물수리와 물총새다. 야외 활동이 있거나 탐조하는 날이면 물총새가 예쁘게 그려진 검은 반팔티를 꼭 입는다고 한다. 
다만 새 디자인 티셔츠를 검색하고 찾는 것이 너무 어려운 것이 불만이다. 공교롭게도 새 디자인, 새 티셔츠를 하면 새것들로 연결되기 때문에 새를 디자인한 옷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토록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을 문제인데 연경 양은 못내 아쉽다고 얘기한다.
새를 사랑하기에 새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크다. 탐조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지지하고 친구처럼 함께하는 어머니와 같이 쓰레기를 줍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 캠페인이라고, 허투루 보여주기식 쓰레기 줍기는 누가 하라고 시켜도 거절할 정도로 대차고 올곧은 성격이다. 
최근 철새도래지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현장을 지나며 연경 양은 “사람이 새가 살 곳을 만든다고 해서 새가 온다는 법이 없다. 그저 자연 그대로 두고, 새들이 생각했을 때 살만한 곳이라면 얼마든 찾아오게 마련이다”라고 어른들의 못난 모습을 꾸짖듯 말했다.
새에 대한 애정, 지식, 활동까지 연경 양의 탐조에 관한 모든 부분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느끼기엔 어디 가서 당장 강의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껴진다.
공룡에서 조류에 이르기까지. 한 번 빠졌다 하면 즐거움 속에 끝을 보고야 마는 부안군의 새 박사, 새미새 연경 양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와 만나고, 들뜬 얼굴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탐조 이야기를 들려줄지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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