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품격이 돌올하다” 김순숙 시인의 시에 대한 평가다.
‘돌올하다’는 두드러지게 뛰어나다는 뜻이다. 무엇이 두드러지고 뛰어났는지 궁금했다. 종합문예지 ‘표현’ 봄호에서 신인상을 받은 김순숙 시인을 만나러 격포로 향했다.
가는 내내 부담이 쌓였다. ‘시인의 감수성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부담은 금세 풀렸다. 낮은 자세로 동감하며 살아온 김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 때문이다.
김순숙 시인은 시인이기 이전에 시낭송가였다.
낭송한다는 것은 단순히 읽고 전달하는 발표와는 다르다. 시가 담긴 감성과 시를 쓴 작가의 고뇌라는 보이지 않은 무형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느낌, 같이 느끼는 마음인 동감이 선행돼야 한다.
김순숙 시인이 동감이라는 열쇠를 쥐게 된 때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부였던 김 시인은 대게가 그렇듯이 자녀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느라 자신을 잃고 살았다. 그러다 변산에서 만들어진 ‘디딤돌 시낭송 모임’에 가입하면서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낭송을 봉사로 생각했다. 홀몸 노인이나 장애우를 대상으로 시를 낭송하고 죽 등 음식을 제공했다. 그렇게 7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에 자신이 녹아들었고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낮은 자세로 바뀌었다.
시에 대한 열의도 타올랐다. 시를 외우고 필사하며 밤낮으로 시를 공부했다. 무엇보다도 시와 동감하는 힘이 커졌다. 낭송이 필력으로, 주부에서 시인으로 변화하는 찰나는 3년 전에 찾아 왔다.
바로 유유마을에 있는 변산마실길 시인학교 창작반에 입학하면서다.
김 시인은 여기에서 나만의 시를 써야겠다는 의욕을 갖게 됐다. 비록 1주일에 1회 2시간의 짧은 수업이지만, 수업만 들어도 글을 쓰고 싶고 수업 내용만 생각하면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물론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를 가져야 글이 나온다는 지도 교수의 철학도 내 것처럼 받아들였다. 시낭송 경험에서 쌓인 동감 능력 때문에 쉽사리 체득해 나갔다.
그렇게 시를 쓰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쌓이게 됐고, 시 노트도 수권이 쌓여갔다. 시에 들인 시간이 많아지고, 쌓아진 정성의 높이가 자신이 생각한 천정에 닿을 때쯤 신인상이 주어졌다.
“두렵습니다. 앞으로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의 크기가 높아졌습니다. 더 겸손해야 한다는 책임도 커진 것 같습니다.”
김 시인의 말처럼 신인상은 새로운 높이의 천정인 셈이다. 얼마나 쌓아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우선은 자작시집을 목표로 두고 있다.
“시를 쓰고 있으면 뭐랄까, 스스로 힐링이 돼요. 저도 몰랐던 자아를 깨치는 시간인 것 같아 좋아요”
만족하면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는다. 아마도 김순숙 시인이 시를 쓰는 시간은 김 시인의 욕구가 채워지는 무념의 시간일 게다.

김순숙 시인과 남편
김순숙 시인과 남편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채우는 데 있어 남편의 희생도 컸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남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남편의 넓은 배려가 큰 힘이었다고 한다.
김 시인은 이근배 시인의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라는 시를 낭송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유는 누구나 좋아할 시라 동감하기 좋아서라고 한다.
김순숙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시인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문이자 내면을 표현하는 창구”라고 말한다. 
기자가 처음 가졌던 부담이 무너진 이유다. 내면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시인에게 어떤 이가 동감하지 않을까. 김 시인의 첫 시집이 기다려진다.  
                                           
김순숙 시인의 신인 작품 당선작을 소개합니다

홀몸 노인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 숲 지나
분주한 사람들 틈을 바삐 건넌다
신호등 없는 세상 저편
누추한 담벼락 밑에 봉선화 붉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따라
엎드린 집들이 모여 사는 마을
그 거북등 같은 마을에선
허리가 납작납작한 노인들 산다

단 한 번 만난 적 없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
케케묵은 냄새가 진동하는
좁디좁은 방안의 희미한 백열전구처럼

삶의 욕망을 한꺼번에 부려놓은 듯한
금방이라도 풀썩 주저앉을 것만 같은
차디찬 한 채의
독거 獨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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