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정부 지침 개정돼
부안읍, 격포, 줄포 하나로 마트 등
연매출 30억 넘긴 곳에선 사용 불가

 

로컬푸드 직매장도 30억 눈앞에 둬
입원실 있는 병원서도 사용 못 해

 

군민, 10% 할인혜택 지역차별 우려
지역 특성 고려한 기준 변경 요구돼

 

정부가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기준으로 지역사랑 상품권 사용처를 축소하는 지침을 지자체에 통보해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오는 5월부터 연 매출 30억 이상 사업장에서는 지역사랑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지역 농협 하나로 마트나 읍내 중소형 마트, 대형병원 등 매출 실적이 좋은 사업장에서는 부안사랑 상품권 사용이 제한된다. 농민이 납품하고 주민이 소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도 가맹점 탈락이 눈앞에 닥쳤다. 연 매출액 30억 원이라는 획일적 기준 탓이다.

이를 두고 지역사랑 상품권이 지역 내 대표적 결재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는 현실을 모르는 정부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선 다양하게 진화하는 경제 구조를 따라가지 못한 정책이자 지역이나 업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앞뒤가 막힌 기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부안군의 소극 행정도 도마에 올랐다.

축소 기준이 지난달 22일 통보되자 옥천군 등 타 지자체는 30억 초과 업체 간 행정주도 간담회를 여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데 반해 부안군은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거나 방안을 마련해 볼 예정이라는 답변에 그쳐 소극 행정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는 연 매출액 산출 시점이나 적용 기간, 가맹 등록과 탈락 시기 등 실무적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져 부안군만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 상품권이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를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지자체에 통보했다.

개정안은 ▲가맹점 등록기준 축소 ▲구매 한도 축소(월 최대 70만 원) ▲할인율 탄력 조정을 담았다. 이 중 논란이 되는 항목은 가맹점 등록 기준이다.

현재는 중소기업인 경우 지역사랑 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행안부는 대형병원과 대형마트 (하나로 마트, 대형 식자재, 농수산물 도매점)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 상품권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다며 법령상 소상공인 기준 등을 고려해 연 매출 30억 이하인 경우만 가맹점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해 한정된 재원을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안부의 계획과 달리 군 단위 지역에서는 불편을 우려하고 있다. 연 매출 30억 이상 사업장이 생필품 구입처인 농협 하나로 마트이거나 중소형 마트, 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대형병원, 박리다매인 셀프 주유소 등 지역에서 꼭 필요한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지역 농협 하나로 마트 중 부안읍에 있는 부안농협 하나로 마트와 변산농협 격포 하나로 마트, 남부안농협 줄포 하나로 마트가 연 매출 30억을 초과한다. 이곳에서는 오는 5월부터 부안사랑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나로 마트의 매출 하락도 문제지만, 당장 해당 지역민의 불편이 커질 우려가 나온다. 마땅한 대체 소비 사업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격포 하나로 마트 관계자는 “주민들 대부분이 부안사랑 상품권 카드를 쓰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격포가 아닌 변산이나 읍내로 일부러 나가지 않는 한 지역사랑 상품권 사용으로 얻는 10% 할인 혜택을 못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면 단위 주민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도청리에 사는 A 주부는 “혜택받는 선택지가 더 줄어든 셈이다. 사랑 상품권이 주로 생활용품 구입에 쓰이고 대부분 지역 내 종합 소매점인 하나로 마트에서 사용한다”며 “충전해도 지역내에서 쓸곳이 없는 등 쓰기 불편해지면 읍내 주민을 부러워 하는 상대적 지역 차별을 일으킬수 있다”고 말했다.

입원실이 있는 읍내 대형병원의 경우 대부분이 매출액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조사됐다.

부안사랑 상품권으로 입원비를 내던 환자들도 혜택이 줄어 불만이 나올 전망이다.

읍내 S 대형병원 한 이용자는 “입원 치료비를 부안사랑 상품권으로 결재해 왔는데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10%) 혜택이 줄었다고 느껴질 것”이라며 “생활비가 크게 들지 않는 노인들은 병원비에서 10% 혜택을 볼 경우 여유가 생겨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선순환 모델인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특수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안 로컬푸드 직매장은 아직 연 매출액이 30억 원을 넘지 않았지만, 조만간 넘을 것이라고 담당자는 말했다.

해당 담당자는 “지역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선순환 구조로 운영되는 곳에서 지역 화폐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며 “대형 유통 업체와 달리 매출이 곧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닌 로컬 매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보다 자유로운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이 많지만, 부안군은 지역 화폐가 국비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만큼 정부 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허용권 미래전략담당관은 “행정안전부가 개정한 지침이고 지역 화폐의 상당 금액이 국비인 만큼 따라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업체의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등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행정의 상하 구조상 한계가 있어 의회 차원의 움직임도 요구됐다.

박병래 군의원은 “소상공인을 위한 개정으로 해석했지만, 도시와는 상황이 다른 군 단위에도 일률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보인다”며 “의원 간 논의를 거쳐 필요하다면 건의안 채택 등도 고려해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역 화폐는 지역공동체 강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 화폐의 기능이 소상공인 보호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공동체 강화가 크다. 면 단위에 있는 하나로 마트 등은 지역 소매 거점으로 역할을 하고 있고 수익은 조합원 등 주로 지역민에게 배당으로 돌아간다. 또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매장 이익보다 출하 주민과 소비 주민의 이익을 공동으로 우선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소상공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할 이유가 없다. 부안군의 신속한 대응과 정부의 지침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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