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조개다.
눈길을 끄는 조개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조개껍데기다. 게다가 지천에 널려있다. 값어치를 찾기도, 만들기도 어렵다. 해봐야 조개 목걸이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격포에 사는 조성술(52) 씨의 손을 거치면 얘기는 달라진다.
조개껍데기가 쥐, 너구리, 청둥오리로 바뀐다. 분재의 꽃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한다. 부엉이로 바뀐 조개로는 큰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때마침 오는 4월 9일까지 격포 수협 2층에서 조개 공예품을 전시한다고 해 만났다.
조성술 작가는 격포 토박이다. 여러 청년처럼 그도 생계 때문에 고향을 잠시 떠났다. 조 작가가 22살이 되던 1993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 격포에 다시 내려오기까지 대구에서 일했다.
잘나가던 직장생활을 그만둔 이유는 ‘자유’ 때문이다. 상하 관계라는 직장 스트레스가 원인이라지만, 예술가로서의 천성이 드러난 탓이다.
조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분재에 관심을 뒀다. 어린 나이에도 500개 가깝게 키워냈다. 흔한 말로 예술가로서 싹 수가 있었다.
조개 공예를 시작한 것은 횟집에서 일하면서부터다. 관심 없이 버려지는 껍데기가 아까웠다.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때 천성이 발휘됐다. 아무도 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 맞물렸다. 한두 개의 조개에 한두 개의 조개를 덧붙여 나갔다.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모양이 보였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았다. ‘껍데기로 뭐하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물이 바위를 뚫듯 취미로 시작한 조형물을 두고 작품이라는 평이 나왔다.
2020년 전라북도 공예대전 입선, 2020 새만금역사공모전 입선에 이어 2022년 전라북도 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한 번도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는 조 씨가 조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조성술 공예가의 시그니쳐 작품 '부엉이'
조성술 공예가의 시그니쳐 작품 '부엉이'

조 작가가 공예에 쓰는 조개는 특별하다. 그 만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조개를 먹은 후 버려진 조개껍데기를 사용했더니 색깔이 변하더군요. 하지만 바다에서 죽어 수십 번의 파도를 거쳐 해안으로 밀려온 조개는 변화가 없습니다. 이 조개껍데기가 제 작품에 쓰입니다” 조 작가가 해변을 5~6시간 이상 거니는 이유이고 조형물이 작품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물론 바닷가에서 구할 수 없는 조개는 횟집 등에서 구한다. 다만 세척 하고 말리는 과정을 꼼꼼히 거친다.
“전복과 같은 넓은 껍질은 한두 달 정도 말리고 소라와 같이 깊이가 있는 것은 2년 정도 완전히 말립니다. 이렇게 말려야 냄새가 없고 색 변화도 없습니다” 모두 경험에서 터득했다.
조 작가의 대표 작품인 ‘변산 채석강 조개껍질 부엉이’에는 여러 조개가 들어간다. 찾아야 할 조개를 찾고, 말려야 할 조개를 말리는 등 준비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준비됐다고 금방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붙여야 하기에 꼬박 48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만든 작품은 조 작가가 사는 방 4칸을 차지하고 있다. 부엉이만 1200여 마리다. 계산하면 5만 7천 시간, 7년 가까운 시간을 조개 부엉이와 함께한 셈이다.
혹자는 밥은 먹고 사느냐 묻는다. 조 작가는 바다를 좋아한다. 해남으로 변신해 해삼을 채취해 판매하는 일을 한다. 조개 공예도 좋지만, 바닷일도 좋다고 한다. 모두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격포 수협 2층에서 진행 중인 조성술 공예가 전시회
격포 수협 2층에서 진행 중인 조성술 공예가 전시회

조성술 작가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기대한다. 고향인 부안을 알리고 더불어 자신의 작품을 알릴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잼버리 전시회에 참가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부안 변산반도의 멋진 부엉이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특히 새만금국립박물관에 저의 작품이 기증되어 영원히 보전되길 기대해 봅니다”
조 작가는 무늬고둥, 갈색회오리고둥, 굴쟁이 등 변산에서 나는 여러 조개를 기자에게 설명했다. 신나 보였다. 거침도 없었다. 아마도 변산 부엉이를 만들 때도 이랬을 것이다.
조성술 작가에게 부엉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 작가는 ‘복’이라고 말한다. 그가 지친 일상에서 자유라는 복을 얻은 것처럼 변산 부엉이가 많은 이에게 행복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조 작가는 작품을 선보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아직은 창고 수준이지만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작업공간을 개방한다. 수천 점이 있어 대단하다는 평이 붙는다.
조 작가의 전시회가 아직 열흘 남았다. 벚꽃도 보고 격포에 들러 변산 부엉이도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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