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포전통참연보존협회 회원들이 손수 만든 참연과 연자새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 / 김종철 기자
줄포전통참연보존협회 회원들이 손수 만든 참연과 연자새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 / 김종철 기자

줄포 참연의 맥을 잇고 제2의 부흥을 위해 참연 만들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단법인 줄포 전통 참연 보존협회 사람들이다.
줄포는 연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줄포 연날리기 대회가 50년 전인 1973년부터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줄포는 연을 날리기에 최적의 장소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짠 내 나는 거센 바람 때문이라는 이유 외엔 특별한 까닭을 찾을 수 없지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넘어 그 옛날부터 줄포의 겨울은 연의 계절이었다. 어느 사학자는 줄포 포구가 기능을 잃어가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뱃사람들이 유독 거센 포구 바람에 연을 실어 날리면서 시작됐다는 추측을 했지만, 어찌 됐건 줄포 연이 줄포의 역사와 관계가 깊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줄포 참연은 방패연을 말한다. 크기는 각기 다르지만 대게는 가로 40cm에 세로 60cm이고 가운데 구멍은 직경 12~13cm다. 연에 그려지는 그림은 화려하면서도 단출하다.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단청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연날리기의 매력 중 하나를 꼽자면 으뜸은 단연 연싸움이다. 예전에는 사금파리 (사기그릇 조각)을 잘게 부숴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물고기 부레를 끓인 물에 적셔 발랐다. 워낙 날카로워서 손을 베이기도 했으니 얼마나 정성을 들였냐에 따라 승리의 창이 되거나 패배의 쓴잔이 되기도 한다. 물론 연을 다루는 솜씨가 특별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뜻하는 데로 이동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하는 데 결코 쉽지 않다. 한가지 팁은 상대방 연 뒤로 가서 올라타듯이 덮쳐 감아 내려와야 이길 승률이 높다.
이런 승리의 핵심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보존협회 김수성(72) 회장이다.

김수성 보존협회장
김수성 보존협회장

김 회장의 연사랑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친구의 아버지가 연이나 연자새를 만들어 팔았는데 자주 놀러 간 탓에 어깨너머로 배워 연을 만들기도 하고 날리는 기술도 익히게 됐다. 어린 시절 날린 연만해도 줄포생태공원 갈대 수만큼일 것이라는 확인이 어려운 설도 있다. 그만큼 연과의 추억이 깊다는 얘기다. 젊은 시절 농협을 다닌 김 회장은 퇴직 후에 다시 연과 인연을 이어가기로 맘 먹었다. 왜냐면 줄포 연날리기 대회가 한 해는 반공연맹주최로 열렸다가 다음 해는 줄포JC가 주최하고 최근에는 줄포 체육회가 맡아서 하는 등 하나의 구심점 없이 이 단체 저 단체에 떠맡겨지듯이 열리는 것이 내내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줄포 연을 제대로 살려보자는 뜻에 동참한 50여 명의 회원과 함께 작년 10월 사단법인 줄포 전통참연 보존협회를 창립했다. 다만, 협회가 주최하는 대회는 내년도부터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그렇다고 놀지 않는다. 올해 열릴 대회에서 쓰일 연 제작은 협회가 맡았다. 올겨울을 땀 흘리며 보내는 이유기도 하다. 연을 직접 만드는 회원은 김 회장을 포함해 4명이다. 어릴 때 많이 만들어보고 연을 날려봤다며 연신 대나무를 깎고 있는 이상봉 씨와 타 지자체 대회에서 연도 만들고 연 자새도 만들어봤다는 실력파이자 유경험자 성기현 화백, 지역 일이라면 고된 봉사도 마다하지 않는 연 아티스트 이승연 씨가 주인공들이다.
좁은 공간에서 연을 만들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 작업공간보다는 체험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금의 보존협회가 줄포생태공원 관리사무소 일부를 쓰고 있어 공간을 만들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 대부분이 아이들인 데다 가족끼리 부담 없이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체험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존협회가 단순히 연을 만드는 역할만을 하는 것도 아니다. 김수성 회장은 줄포가 가진 특별한 연을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통 참연은 참연 대로 계승시키고 연과 줄포의 역사를 잇는 스토리텔링을 찾아내고 줄포 참연만의 특색을 갖춰야 만이 경쟁력을 갖고 후대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을 날리는 이유는 여럿이다. 연 액막이처럼 액운을 멀리 날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신의 희망이나 소원을 담아 날리기도 한다.
연에 담을 소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성기현 화백은 참연이 잘 보존되기 바란다고 말했으며 이상봉 씨는 가정의 평화, 이승연 씨는 줄포의 발전을 기원했다. 
김수성 회장은 줄포에서 아기 울음을 들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부안과 줄포의 희망을 담은 연을 날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희망을 가득 실은 줄포 참연이 줄포 하늘에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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