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농사일에 뛰어들어 10년이 넘도록 가족과 고향을 지키며 땀 흘린 청년 농부 조철완(30) 씨를 만났다.
순수하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표정, 적극적이고 밝은 톤의 말투를 가진 그가 들려준 청년 농부로서의 삶, 오로지 땅에 기대어 살아온 그의 20대는 그리 밝고 활기차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가 고3이던 열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졸지에 그는 나이든 할머니와 아직 어린 두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가업을 이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농사짓는 아버지를 보면서 한 번도 가업을 잇고 농사를 지으리라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는 직장을 구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둘째와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를 돌봐야 할 것 같았고,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농업이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졌다.
아버지가 지으시던 15필지의 논을 밑천 삼아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시작한 농사는 녹록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농사일에 각종 지원사업이나 제도들도 농고나 한국농수산대를 나온 이들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갔다.
그렇지만 뚝심있게 고향을 지키며 조금씩 농사를 늘렸고, 4-H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이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여건들을 개선해갔다. 그리고 가까이서 농사짓는 형님, 삼촌들과 함께 일하고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농사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4-H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사무처장, 사무국장을 거쳐 2021년에는 회장도 맡아 지역의 청년 농업인을 대표해 활동했다. 
백산초, 백산중, 백산고를 거쳐 백산에서 농사지으며 지역을 지키는 진또배기 ‘백산인’이자 청년 농부인 그는 농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준비 중이다.

지난 2021년 12월 이웃의 다섯 농가와 함께 그의 고향 마을인 광덕마을의 이름을 딴 ‘광덕의꿈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농민들이 판로 확보나 영업을 고민하지 않고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고, 또 가격 경쟁력 등에서도 유리할 수 있도록 농가들이 힘을 합한 모범적인 사례다. 올해 열두 농가에서 메주콩을 생산에 광덕의꿈에 납품했고, 점차 함께하는 농가를 늘려갈 계획이다.
드론 방제는 이제 벼 재배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 됐다. 지난 4~50년간 경운기로 약 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아직도 많은 농가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드론을 활용해 힘들이지 않고도 정교한 방제가 가능해지면서 비교적 젊은 농가를 중심으로 드론 방제가 급속도로 일반화되는 상황이다.
조철완 대표는 2018년부터 드론을 활용한 방제를 시작했고, 방제의 중심이 드론으로 옮겨갈 것을 대비해 9명의 청년 농업인들과 함께 드론 방제팀인 ‘부안119구급방제단’을 만들었다. 119라는 이름이 들어갔지만, 소방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방제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빠르게 방제를 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드론 방제는 적극적으로만 한다면 여름 농한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방제단 구성원들과 함께 지난해 농업기술센터 통해 민간 자격증인 정비사 자격도 취득하면서 방제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방제단 운영과 함께 농약사를 함께 운영하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뜻을 함께하는 그의 아내가 농약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도 이미 취득해뒀고 차근차근 필요한 준비를 하는 상황이다. 

드론으로 방제 작업 중인 조철완 대표

고단한 농사일과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는 지역 단체 활동만 하더라도 바쁠텐데, 의욕적으로 법인과 단체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농업을 하면서도 소득을 많이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었지만 더 많이 벌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들과 이미 모범적으로 잘 하고 있는 농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살폈다. 보안면의 4-H 선배인 홍성수 농부를 멘토로 삼으며 자주 조언을 받았고 함께 고민했다고 한다.
최근 그는 2022년 차세대농엽경영인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은 이유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4-H 회원들과 함께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벌인 것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점도 있겠지만 지역에서 함께 땅을 일구는 농민들과 마음을 모아 함께 일하고, 함께 더 많은 소득을 올리며,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애썼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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