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씨가 손수 짓고 가꾼 소담한 집과 마당

손수 마당을 가꾸며 블로그에 써온 글을 엮은 책 『작은농장 꽃이야기』를 펴낸 이준희(74)씨를 댁에서 만났다.
변산면 도청리 금구원조각공원 곁에 자리한 그녀의 집은 소담함 속에 잔잔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화려한 꽃들이 만개하는 시기는 아닌 탓에 다양한 꽃을 구경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곳곳에 색색이 피어있는 쑥부쟁이 등 가을꽃이 작은 시골집 마당을 예쁘게 꾸미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대학 졸업 후 1974년 남편 오건씨와 함께 변산에 와서 살기 시작한 이준희씨의 내력은 남편을 때어놓고 말하기 어렵다. 당시 부조리한 농정에 맞서 농민운동에 앞장섰고, 지역의 청년 농민들과 같은 위치에 서서 건강한 농사를 짓기 위해 애썼다.
내려온 첫해 이웃집 방을 빌려 지내며 손수 흙을 파 흙벽돌을 찍고, 그 벽돌로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농사짓기에 좋지 않은 여건이지만, 땅을 일구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하는 한편 지역의 청년 농민들과 어울리며 지역에 녹아들었다.
농민이자 운동가로서의 고단한 삶이었지만 남편과 함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흙집 옆으로 또 손수 지은 작은 건물에선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든든한 동반자이자 동료였던 남편은 1994년 젊은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났고, 혼자 남은 그는 위로가 필요했다.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상을 유지하며 일상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지금도 그녀는 매일 피아노 연주와 종교활동을 통한 영어공부, 매일 30분씩 걷고 정원 가꾸는 일을 일상의 숙제로 여기며 이어가고 있다.
평범하지만 소중했고, 자신에게 위로가 됐든 일상을 2005년부터 블로그에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꽃을 가꾸고 마당을 꾸미기 좋아하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나름의 숙제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해왔다”며 “글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한편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게한다”고 전했다.
때로는 몇 일에 한 번씩 건너뛰기도 했지만, 꾸준히 써온 글이 벌써 3100여 편이 넘는다. 누구보다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인 작은 언니가 매달 찾아오며 찍은 사진과 함께 갈무리한 글을 엮어 책으로 낼 것을 제안했고, 3년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작은농장 꽃이야기’를 펴냈다.
계절마다 새로운 꽃이 피고 지며, 정성스럽게 가꿔졌던 이준희 씨의 마당은 이제 크기도, 꽃의 가지 수도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 넓은 마당을 전처럼 관리하기엔 힘이 부친 탓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마당 곳곳엔 다양한 꽃이 계절마다 달리 피고 지며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넓고 다채로운 마당을 가꿨던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이 듦과 함께 조금씩 마당의 넓이도, 꽃의 다양함도 줄여가는 모습은 인간의 생애와 닮아있다.
왕성함과 화려함을 자랑하다 조금씩 나이 듦에 따른 변화에 맞춰 삶의 자세와 활동을 달리하는 그의 마당은 여전히 적으나마 꽃이 피고 좁아졌을망정 지극히 자연스럽고 여전히 아름답다. 외려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슬러가며 화려함을 뽐내려 기를 쓰고,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스르려 하는 지금의 세태를 말없이 꾸짖기라도 하듯 편안함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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