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값 폭락으로 농민들이 산지에서 밭을 갈아엎고 있다. 가격이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돼 수확에 드는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에서도 보상금을 지원하며 폐기처분을 시키기에 이르렀다.
올해 배추 4천여평을 심은 상서면 박맹술(57)씨는 지난 16일 산지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미치자 애써 기른 배추를 트랙터로 갈아 엎었다. 박씨는 “밭떼기 산지가격이 200평당 30만원은 받아야 생산비가 나오는데, 10만원도 채 못받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산지 출하 무·배추 값은 5t 차량 기준 110만원과 130만원 선으로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폭락한 상태다. 무·배추를 산지에서 대도시로 운반하는 화물차 운영기사 권재복씨(31)도 “작년같으면 5톤 트럭 한 차에 6~700만원은 나왔는데, 올해는 가락동 최고가가 160만원이다. 기사 운임에 작업비도 안나오니까 출하하면 오히려 손해 본다”고 말했다. 부안군 농협은 올 가을 무·배추 값이 폭락하자 가격 안정을 위해 무·배추를 수매한 뒤 산지에서 폐기처분키로 했다. 수매가격은 농림부에서 정한 최저보장가격으로 배추는 kg당 70원, 무는 kg당 60원이며 농협 자체자금을 투입한다. 부안군 농협 관계자는 “올 가을 무·배추 작황 호조로 값이 크게 떨어져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며 “당초 약정된 생산비를 보조해주고 폐기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서농협 송생대 상무는 “작년에 비해 가을 날씨가 포근하자 무·배추 작황이 너무 좋아 공급량이 늘어났고, 김치냉장고가 각 가정마다 있으니까 김장철이 따로 없어 전반적으로 소비가 급감했다”며 가격 폭락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중국에서 들어오는 절인 무, 배추와 김치 등 가공식품 수입이 배 이상 늘었다”고 덧붙였다.이처럼 가격 조절을 명분으로 농민들이 애써 재배한 무·배추를 산지 폐기처분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생산자단체나 농협이 주도적으로 적절이 재배하고, 소비를 다각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한편 부안군의 올해 무·배추 재배면적은 무가 231.5ha(70만평), 배추가 138.5ha(41만5천평)로 지난해 무 322.3ha, 배추 178.6ha와 비슷한 수준이다. 면별로 보면 무는 줄포면이 110ha로 가장 많고, 배추는 주산면이 40ha로 가장 많이 재배했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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