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2일 서울행정법원(재판장 강영호)에서는 2001년 8월에 새만금 연안 어민 80여명을 포함한 3천여명의 소송인들이 제기한 「새만금 기본 계획에 기초한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처분 무효행정소송」최종 심리가 있었다. 이날 이루어진 심리는 반대 신문없이 양측 변호인들에게 미리 공지한대로 각각 최후 증인 한 명씩이 나와 최후 진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고측 변호인이 내세운 증인으로 나선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는 “방조제 물막이가 이루어지면 결국 시화호처럼 새만금호는 썩을 것이고 황무지화 될 것”이라며 “2.7km 터진 구간에 현수교를 건설하고, 일부 4공구 안쪽 군산지역에 15% 정도만을 개발하여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10년 안에 개발효과를 얻어 전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신구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피고측 변호사가 증인으로 내세운 서병훈 농림부 농림정책국장은 여전히 방조제 공사가 92% 완료됐다는 것을 강조했다. 농림부가 주장한대로 농지조성이 완료되는 시점을 최종 완료시점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계산하면 공사진척도는 불과 25%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 전북이 인구감소로 오염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이다. 새만금 사업을 해야 전북이 발전된다는 논리를 펼치다가 방조제를 쌓기 위해 그 반대 얘기를 한 것이다. 아울러 축산업 특성화 단지와 용담댐 상류의 물 사용으로 수질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무런 대책이나 예산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축산농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용담댐을 만경강 희석수로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새만금 사업은 단순히 해수와 갯벌을 담수호와 농지로 만드는 것”이라는 논리 역시 취약하다. 생태계가 엄연히 다르고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갯벌과 농지의 경제성 비교의 예를 여러 가지 들었지만, 편의적인 내용만을 예시함으로서 농지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새만금갯벌은 다른 갯벌들과는 달리 두 개의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에 갯벌이 있는 ‘염하구 갯벌’인 점을 무시했다. 염하구 갯벌은 어폐류의 산란장으로 수많은 생명이 잉태되는 땅이다.
또 “현재 2.7km의 개발구간으로 해수유속이 증가하여 개방양측 물막이 끝부분이 유실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지난해 7월 공사중단 당시 방조제 끝부분에 따개비와 규조류들이 달라 붙어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오랫동안 바닷물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다.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주장은 더욱 가관이다. “농림부 입장은 우량농지 확보이고 전라북도는 토지이용계획을 변경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새만금 사업에 있어 보상업무만을 했다”라면서도 “토지이용계획 변경에 대해서는 토지수요가 발생할 때 매립토 조달, 환경, 경제성, 물 수요, 수질,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도저도 아닌 논리를 펴고 있다.
농림부가 내년 새만금 사업비로 기획예산처를 통해 국회에 상정해 놓은 예산은 1천500억원이다. 이 예산은 특별회계 성격의 대체농지조성기금으로 충당한다. 결국 토지이용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새만금 사업인데도 일단 공사를 계속하기 위해 농지조성 목적을 빌미로 대체농지조성 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측 참고 증인으로 나선 한계수 전라북도 정무 부지사는 노골적으로 토지이용계획의 변경을 주장했다. 그는 “전북도민의 요구사항은 환황해권 개발 중심지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전라북도가 산업화 과정에서 낙후되어 있어 첨단우량농지, 문화관광단지화, 상습침수피해지역 해소,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새만금 사업은 이루어져야 한다. 수질개선 정도를 보면서 최적의 내부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사업이 중단되면 전북도민은 심리적 공항상태에 빠져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재판부를 상대로 정치적 판단을 강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라북도의 공식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땅 확보, 수량 확보”라면서도 “전라북도는 발전방안이 따로 있으나, 정부의 입장에 따르겠다”고 말해 이번 소송에서 일단 이기기 위해 농림부와 공동보조를 취하다가 결국 이기고 나면 전북정치권을 이용하여 용도변경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번 소송은 ‘농지조성 목적은 무효’라는 데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제는 농림부와 전라북도도 내심 농지조성 목적을 포기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근거를 그들 스스로 내 놓고 있는 것이다.
재판부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조정권고안을 작성하고 조정권고안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2월말에 판결할 예정이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조정권고안을 작성하는 동안 재판부는 비공개로 원고측과 피고측을 별도로 불러 조정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모쪼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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