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쌀 협상을 중단해야‘식량수급통제권’ 유지가 핵심... 국민적합의 통한 새 안 만들어야

농민단체 대표로 지난 17일 ‘쌀협상과 쌀소득대책 대토론회’에 참가한 박웅두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2004년 쌀 재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쌀을 단순한 농산품으로 본다”며 쌀에 대한 철학적 무지를 먼저 지적했다. 쌀은 우리나라의 식량주권, 농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 등을 감안하여 사회적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쌀 협상에 대해 전면 중단을 주장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새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와 관련하여 정부가 ‘일방적인’ 쌀 협상과 ‘일방적인’ 통보를 통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며 “쌀 협상의 책임을 모두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부의 쌀 협상 관련 토론회를 총평하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쌀 협상 과정에서 반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협상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자세가 뚜렷했다. 또 다시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를 토론의 주제로 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라고 강요했다. 이것은 쌀 협상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모두 떠넘기려고 하는 것이며 토론과정 내내 이 분위기가 역력했다.
▲ ‘쌀 관세화’문제와 관련하여 농민단체의 입장은
쌀 관세화 문제는 논거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쌀 협상의 핵심은 우리나라 정부가 ‘어떻게 식량수급통제권을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식의 이분법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결국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식량안보를 고려하여 식량의 수급통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며, 당연히 쌀 관세화 유예가 ‘식량수급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 정부의 2004년 쌀 협상에 임하는 문제점은
쌀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잘못 선택되었다. 쌀 협상 기간이 올해 말에 끝나야하는 것이 원래 정부의 입장이었다. 반면에 농민단체나 학계에서는 WTO내에서 이루어지는 쌀 협상은 DDA 세부계획 결정이 2005년까지 연기되었으므로 자동적으로 쌀 협상도 연기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올해 안에 협상을 끝내려고 했기 때문에 상대국들과의 협상에서 저자세가 된다.
현재는 정부 스스로도 쌀 협상이 내년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협상기간이 연기돼 있는 만큼 그 동안의 전술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진행 중인 쌀 협상을 중단하고 시한을 내년 말까지로 두고, 국민적 합의를 통한 새로운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정부의 쌀 협상 결과는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기준을 따르나
이번 쌀 협상에서 관세화로 결정되면 아직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는 DDA협상의 기준을 따르게 되고, 관세화 유예로 가면 과거 UR협상의 기준을 따르게 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어떻게 두 가지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지 농민단체와 학계가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답변을 들어보지 못했다.
▲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식량 농업농촌 기본법>에는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명시되어 있다. 개정한지 5년이 넘었는데 정부가 법을 안 지켜 강제규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미 <식량 농업농촌 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 식량자급률이 26.9%로 떨어져 우리나라 식량안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해야한다. 정부가 식량 수급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식량자급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 기준치를 법으로 설정해 놓고 예산이나 정책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시행령에 분명한 수치를 명기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김일호 기자 ilhoki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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