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의 유일한 장애인 생활시설인 둥근마음보금자리에서 장애인의 생활 재활을 돕는 데 헌신했던 시간과 더불어 오랫동안 아픈 어머님을 수십년 동안 정성으로 모신 지극한 효행을 인정해 지난 8일 제50회 어버이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이가 있다.
둥근마음보금자리에서 3년 6개월여를 일하다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한 정현자(62)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떻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일하고도 큰 상을 받은 것은 그만큼 그녀의 헌신이 깊고 의미가 깊다는 것을 뜻 아닐까.
10년이 넘는 시간을 요양병원에서 보내신 친정어머니를 보기 위해 드나들며 복지 시설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된 그녀는 광주에서 야간대학을 늦깎이로 다녔다.
그러다 2018년 둥근마음보금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친구와 함께 강남 가듯 따라왔다 함께 일하게 된 사연이 있다. 주산면 화봉길 8-18에 자리한 둥근마음보금자리는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입소 시설이다. 이곳에는 생활인으로 불리는 장애인 21명이 지내고 있고, 재활을 돕는 복지사인 생활재활교사들이 있다.
이곳은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녀에게 첫 직장이었다. 60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일이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는 주위의 걱정도 많았다. 첫 직장 생활을 넉넉지 않은 임금과 강한 노동강도를 버텨야 하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정현자씨는 “나이 먹어서 사회복지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게만 보일 수 있지만 나름 장점도 있다. 동화 속 이야기에 나그네 옷을 벗긴 것은 힘찬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다. 그처럼 내가 가진 온기와 세월을 살며 닦은 끈기로 장애인들을 같은 눈높이에서 진정성 있게 바라보며 기다려줬던 것이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녀의 연륜에서 묻어난 끈기있는 활동 덕에 둥근마음보금자리에서 생활하는 윤정남씨는 배변습관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이곳은 장애인의 일상을 되찾는 생활 재활이 가장 큰 시설운영의 목적이다. 윤정남씨는 신경과에서 배변감을 느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기에 배변습관 재활에 어려움이 많았고, 시설에서도 거의 포기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정현자씨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윤정남씨 곁에서 그녀가 바라는 데로 화장실을 데려가고, 기다려줬다. ‘배변을 해야한다’는 강박과 수치심으로 계속 어려워만 하는 윤씨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채근하지 않고 용기를 북돋웠다. 그렇게 1년을 보내자 윤정남씨는 조금씩 배변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분명한 변화가 찾아왔고, 이제는 스스로 화장실을 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정현자씨는 “관계가 깊어지고, 신뢰가 쌓이는 것이 이렇게 큰 변화를 이끈 것이 아닐까. 때로는 함께 잠을 자기도 하고, 스스럼없는 관계가 되면서 더 많은 변화와 효과가 나타났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는 ‘그런 방식은 힘만 들 뿐 효과가 없고, 듣지 않는다’는 핀잔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회적 약자인 시설 내 생활인의 재활을 길게 보고, 기다려줬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에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힘든 일은 좋은 일이 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생활인의 변화와 같은 성취도 없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아무 일이 아닌 듯 무심하게 말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5년 넘게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이 지금의 그의 연륜과 품위를 뒷받침하고 있다. 25년 전 남편의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대뜸 군청을 찾아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는지 물어보며 활동을 찾을 만큼 헌신적인 사람이었고, 10여 년 전부터는 단체에 소속돼 1000시간에 달하는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했기에 더 이상 둥근마음보금자리의 직원이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찾아와 생활인들의 안부를 살피며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것은 인간적인 관계가 큰 이유다. 보고 싶고 궁금한 마음에 자꾸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정씨는 “언제까지나 힘닿는 한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싶고, 둥근마음보금자리에도 계속 찾아와 나를 좋아하고, 내가 보고 싶은 생활인들의 재활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자씨의 마음과 행동은 돈을 쫓는 극심한 경쟁으로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흐름과는 아주 다르다. 이런 마음을 닮아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믿고 기다려준다면, 더 나은 관계와 믿음을 바탕으로 지역과 사회가 한결 더 나아질 것이다.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통해 알려진 그녀의 오랜 헌신과 바른 마음이 지역사회를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모범이 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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