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 시인

해가 떠오른다
보드라운 흙 가슴을 헤치고
저 새벽들판을 가르며
저 침묵의 푸르른 신 새벽 산맥들 사이로
해가 불 끈 솟아오른다
우리들의 가슴이 열린다 드러난다 펼쳐진다
보라 그리고 서라
부안 반도를 찾아오는 저 축복의 찬란한 햇살 아래
우리들의 묵은 때를 벗고 우뚝 서보자
저 숲과 나무와 물과 짐승들과 온갖 벌레들도
찾아 든 햇살 아래 꿈틀거리고
저 창공을 나는 새들의 날개 짓에도
햇살은 눈부시나니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부러우랴
내 나라 내 땅
저 넓은 부안 들판에 익어 가는 곡식과
저 새벽 산야에 잠 든 들꽃들에게도
햇살은 찾아가나니
백두와 한라가 얼싸 안고 춤을 추고
만경강과 동진강이 출렁이며
서해 바다로 달려온다
어둠을 가르는 저 산봉우리들과
어둠을 가르는 저 물 머리들을 보라
그리고 우뚝 서라
이제 막힌 데는 뚫고
굽은 것들은 펴라
넘어진 것들은 일으키고
더나 간 것들은 불러들이자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그리하여, 아! 아! 진실로 그리하여
산이 산으로
강이 강으로
나무와 새와 꽃들이 또 그렇게 나무와 새와 꽃으로
서게 하자
곡식이 곡식으로 바로 서고
망둥어와 전어가 저 바다 위에 펄펄 뛰게 하자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부러우랴
아름답고 고운 내 겨레 변산반도여! 내 형제여!
우리들의 햇볕과 바람과 눈과 비로
이제 향기로운 사람의 나라를 바로 세우자
상처받고 훼손된 우리들의 자존심을 바로 세워
저 밝은 새벽들판을 달리자
이 땅 저 땅이 훤한 새 나라
통일의 새 나라로
우리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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