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독립신문 발행인우병길
부안독립신문 발행인우병길

새해 벽두에 아리송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미국이 유전자변형식품에 붙여오던 지엠오(GMOs) 표시를 바이오엔지니어드(bioengineered), 그러니까 생명공학식품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알맹이는 그대로 두고 포장만 바꾸겠다는 건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보다 생명공학식품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이 덜 할 것 같기는 합니다. 이는 결국 몬산토 등 글로벌 종자기업의 이익 증가로 연결되겠지요. 아무튼 주마다 자율적으로 표기하던 것을 일괄 변경한 조치는 중앙정부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
꼬박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요즘엔 감염병 자체보다 백신패스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패스는 우리 말로 하자면 일종의 통행증인데, 계엄 치하와 같은 엄혹한 시절에나 있을 법한 통행증이 잠시나마 부활한다니 거부감부터 확 듭니다. 물론 팬데믹이라는 비상한 상황이니만큼 방역당국의 고민도 너끈히 이해는 됩니다만, 그렇더라도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과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또 민주주의 성숙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른 방법도 많이 있고, 또 여태껏 그런 방식으로 K방역의 명성을 유지해 왔음에도 말이죠. 이 문제도 앞서 예를 든 유전자변형식품 사례처럼 자치단체에 맡겼더라면 어땠을까요? 물론 방역의 큰 틀은 중앙정부에서 정해야겠지만, 세부사항은 지역 주민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거지요. 확진자가 하루 수십~수백 명씩 발생하는 지자체와 하루 평균 2~3명 발생하는 지자체의 대응이 같을 수 없을뿐더러, 주민 수 대비 의료진 비율이나 병상 확보율도 다 다를 테니까요.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본권을 우선시하면서 탄력적인 거리두기를 할 수도 있을 테고, 반대로 방역에 방점을 찍는 곳도 있겠죠. 주민 스스로 선택한 정책이니 반발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고요.
제가 너무 이상론에 치우쳐 있나요? 그래도 꿈을 꿔 봅니다. 어떤 문제가 불거지면 주민들이 예술회관 같은 곳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집행부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주민들이 끝내 접점에 이르지 못할 때는 신속하게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도 갖춰야겠죠. 그리고 결론이 정해지면 다수의 의견에 깨끗이 승복하되 소수에 대한 배려도 소홀치 않는 그런 광경 말입니다.
하기사 현재 지방자치 수준을 보고 있자면 이런 꿈은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의 망발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치라는 명분 아래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 등 정부 지원사업을 두고 관청과 토호세력, 건설·토목업자, 사이비기자 등이 짬짜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고요, 집행부는 도로와 주차장, 공원 등 인프라와 하드웨어에 집착하면서 외형만 번지르르한 사업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의회는 또 어떻고요. 민주주의 작동원리와 지방자치의 개념조차 정립 안 된 의원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고, 일부는 집행부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에 숟가락 얹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제일 나쁜 것은, 주민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대략 파악을 하고 있으면서 눈 감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 들어가는 돈, 다 우리들 세금입니다. 도둑이 태연히 내 돈 가지고 달아나는데 주인은 자는 척하는 꼴입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자는 척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올해부터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된다니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주민조례발안제의 도입인데요, 군청이나 의회가 독점하고 있던 조례 제정을 주민이 직접 발안할 수 있게 했고, 전에는 의회가 묵살해도 무방하던 것을 1년 이내 처리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들이 직접 세금 도둑을 잡는 조례도 만들고, 마을 편익사업 위주로 변질돼 버린 주민참여예산제도 잘 다듬고, 엉터리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주민소환을 통해 끌어내리기도 하고, 예산을 낭비하거나 오용하면 공익감사도 청구하고, 지역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 사안은 주민투표도 하고, 그래서 정말 주민에 의한 지방자치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본지도 그동안 여러 차례 지면을 통해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주민들께서 위에 열거한 자치 행위를 시작하면서 막막하시다면 우리 신문사로 오십시오. 일을 추진하시는데 필요한 사무실 공간을 내드리고, 정보공개청구나 자료 수집 등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도 하고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역할도 맡겠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이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이상 앞장 설 수는 없습니다만, 역량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함께 하겠습니다.
올해 열여덟 돌을 맞은 부안독립신문이 내후년이면 스무 살 성년이 됩니다. 이제 제 앞가림해야 할 때가 되었고요, 또 성년이 되도록 부모 마음으로 키워 주신 군민·독자께 보답할 나이도 됐습니다. 주민자치가 꽃 피도록 두루두루 살피고 함께 꿈꾸겠습니다. 잘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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