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 보기 드문 복숭아 농사를 위해 스마트 시설을 갖춘 젊은 여성 농가가 있다. 복숭아 시설 하우스 농가 ‘가을이네 과수원’은 울금바위를 바라볼 수 있는 사산리 들판에 자리 잡았다. 1500평 규모에 조성된 시설 하우스는 총 7동이며 복숭아나무 300여 그루가 심어져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가을이네 과수원의 대표 김가을(36) 씨는 2019년 고향으로 내려와 지난해 부모님이 소유한 논 한 필지에 의욕적으로 복숭아 농사에 덤벼들었다.
부안에서 나고 자라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했던 그녀는 물리치료사로 12년을 일했다. 경력이 쌓이며 직급은 높아졌지만, 제자리걸음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업장 개원을 갖길 바라고 계획해 왔지만, 법적인 한계에 부딪혀 마음을 접어야 했다. 피부미용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살길을 모색했지만 여의찮았다.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오리농장을 도맡은 동생의 삶이 고향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받지 않고, 자기만의 일을 하고 싶었고, 공부와 고민 끝에 복숭아 과수원을 열게 된 것이다. 지금 시설 하우스를 지어 복숭아를 심은 이 과수원 땅은 부모님 소유의 논이었다. 
복숭아는 크게 습해를 입지만 않는다면 어떤 땅에서든 잘 자라기에 품목 선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또 저장이 거의 불가능해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제철 과일로 불티나게 팔리는 이점도 있다.
처음 짓는 농사일이었기에 준비가 필요했다. 복숭아로 이름난 경산, 김제, 고창 등 전국을 누비며 현장을 견학했다. 누구보다 같은 지역에서 복숭아를 10년 넘게 키워 온 농가의 도움이 가장 컸다. 지역과 방법이 유사했기에 과일 솎기, 전지, 시비 등 노하우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시설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복숭아는 5월에 출하한다. 여름 과일로 알려진 복숭아의 제철보다 한 달 이상 빠르다. 
매대에 오른 때 이른 복숭아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사 먹은 기억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제철이 아닌 탓에 대개 당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많다. 그런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가을 씨는 “여름 제철에 나오는 최상품의 맛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아주 달고 향기로운 복숭아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라 자부했다.
부안군 농업기술센터는 농가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지원에 나섰고, 최근 박경숙 전북농업기술원장이 현장을 다녀갈 만큼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 위기가 언급되는 부안군에 이렇듯 청년이 돌아와 자리를 잡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김가을 씨는 자기와 같이 지역에 들어와 무엇이든 해보려는 청년을 위한 행정의 관심과 지원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김 씨는 “처음 제가 복숭아 농사를 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사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라며 “요즘은 ‘귀농 빚쟁이’라는 말도 있을 만큼 귀농이 쉽지 않고, 여건이 한정된 젊은이들은 더 그렇다. 부안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려는 이들의 생각과 계획을 존중하고 발맞춰 행정이 나서준다면 어떤 것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을 전했다.
복숭아 농사가 자리를 잡고 나면 2~3년 뒤 길 건너편 땅에 카페를 열어 복숭아를 재료로 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를 만들 계획도 있다. 김 씨는 “복숭아를 딸 수 있을 때는 손님이 직접 골라 딴 복숭아를 이용해 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특별한 체험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숭아 나무와 김가을 씨.1살 짜리 나무지만 정성으로 키운 덕에 키가 크고, 잎이 풍성하다.
복숭아 나무와 김가을 씨.1살 짜리 나무지만 정성으로 키운 덕에 키가 크고, 잎이 풍성하다.

오는 5월이면 가을이네 과수원의 복숭아가 처음으로 출하될 예정이다. 지역에 돌아와 자신의 열정을 담아 길러낸 김가을 씨의 복숭아가 부안을 알리는 새로운 맛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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