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신인 수필가 서운정 씨는 뒤늦게 문학 공부를 시작하고, 자기의 삶을 글로 써 문학지의 신인상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군산에서 나고 자라 결혼 후 격포로 시집와 30년을 살았다. 남편과 철물점을 운영하며 두 딸과 막내아들을 낳아 기르며 청춘을 보냈다. 
생업과 육아에 바쁜 시절을 보내고, 막내가 대학에 진학하던 2016년 그녀도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아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공부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다. 지난해 봄, 4년을 꼬박 공부한 끝에 그녀는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대학 공부는 어릴 적 제대로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한 열정을 채워주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재학 중 학교예술제에 작품을 내 당선되기도 했다. 방통대에 다닐 적, 함께 공부하던 친구의 권유로 부안문인협회와 전북문학에 가입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과 교류하며 글쓰기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모항에 사는 시인 박형진 씨가 주축이 된 글쓰기 모임에 합류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글을 쓰고 있다.
그녀가 쓴 수필 ‘개양할미’는 지난해 8월 『수필과 비평』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그녀의 막내아들이 어렸을 적 격포 채석강 절벽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 그때 크게 다치지 않고 무사했던 것이 칠산바다를 지켜주는 개양할미가 품어 준 은혜였다는 그녀의 생각을 써 내려간 이야기다.
글을 쓰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서 씨는 “지난 시간을 되새겨보면서 자신을 치료하게 되는 점이 글쓰기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는 소설과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박완서이며, 기억에 남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이다. 요즘은 글공부를 위해 고전을 읽는 중이다.
늦깎이로 공부하고, 글을 써서 등단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녀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내년에는 자신이 쓴 글로 묶어낸 수필집도 내고, 앞으로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진학할 마음도 갖고 있다. 대학원에 가서 문학을 더 공부할 셈이다.
늦으나마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이 있다. 그중에서도 30년을 함께 살며 가게를 운영하고, 같은 취미인 배드민턴도 치러 다니는 남편이 가장 큰 지지자다.
남편은 서 씨가 쓴 글을 가장 먼저 읽으며 지적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공부하고,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고, 자신의 삶을 쓰는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주제이자 소재다.
지금껏 서른다섯 편에 이르는 수필을 썼다. 수필의 주제는 대부분 자신이 살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과, 삶 속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서운정 씨는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주로 써왔는데 이제는 내가 사는 곳, 아름다운 변산과 부안에 관한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고백했다.
그녀의 삶과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자리 잡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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