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너지를 동반하는 비효율적 구조가 문제

정부는 수소에너지 중심으로 대대적인 확대를 위해 부안에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실증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소에너지는 진정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님은 물론이고 비효율적인 원자력 소비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수소는 1차 에너지가 아니다. 수소를 얻으려면 물을 전기분해하여 기본 구성성분인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키거나 화석에너지나 식물로부터 수소를 분리 추출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가 재생가능에너지라 하더라도 수소를 만드는 전체 과정에서 에너지가 낭비돼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핵에너지를 사용하면 핵폐기물이 방출되고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최근 ‘수소시대’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만약 재생가능한 에너지, 핵에너지, 화석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소를 획득하게 된다면 수소가 다소간 큰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실제 기반이 되는 에너지가 따로 있음으로 해서 ‘수소시대’로만 명명할 수 없다.

그리고 천연가스 또는 바이오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자는 의견이나 유기물발전소와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자는 제안이 있으나 이는 이미 가공이 완료된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다시 한번 변환시키는 것이어서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것일 뿐이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려면 우선 전기가 필요하다. 만약 전기를 멀리 떨어진 발전시설 등에서 끌어와야 한다면 적어도 10퍼센트의 에너지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할 경우 현재의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35퍼센트 정도의 에너지 손실이 예상된다. 이렇게 생산해 낸 수소를 에너지 공급원으로 이용하려면 이를 액화시키거나 아니면 특수한 압력장치에 압축 보관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또 한번의 전환과정을 거쳐야 된다. 수소 액화를 위해서는 섭씨 영하 253℃로 냉각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이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시설의 경우에는 생산된 수소의 50퍼센트, 규모가 큰 시설에서는 30퍼센트 정도의 추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수소를 압축저장할 경우 200bar에서는 8퍼센트, 800bar에서는 13퍼센트의 에너지만이 손실된다. 하지만 수소의 액화 및 압축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소비장소까지 수송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기초적인 설비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송과정에서도 20∼30퍼센트의 에너지 손실이 추가로 발생한다. 더욱이 운송된 수소를 각 공급소에 있는 저장탱크로 옮겨 채우는 과정과 연료전지에서 수소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도 각각 추가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그 결과 수소생산에 투입된 총 전력량 가운데 잘해야 겨우 20∼25퍼센트의 전력만이 재방출된다. 액화수소의 경우에는 그 양이 더욱더 줄어든다. 따라서 중앙집중식 대규모 수소 생산방안은 기존 에너지 체계인 핵에너지와 화석에너지를 고수하려는 세력들의 대형 실패작으로 전락하고 말 가능성이 크다.

수소가 보유한 엄청난 가능성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핵에너지(Nuclear Energy) 확대 정책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즉 최근 불고 있는 수소에 대한 열광과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용하여 핵에너지를 다시 끌어들이려는 것이 이들의 실질적인 목적인 것이다.

수소를 미래에너지로 떠들어 대는 열기가 강해지고, 더불어 태양과 풍력발전설비 건설이 지연될수록 환경의식이 있는 대중들까지도 점차 핵을 이용한 수소 생산을 도저히 피할 길이 없는 대세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핵에너지 옹호자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7억 달러짜리 수소 프로그램은 이미 설명한 대로 핵 수소를 중심으로 하는 것으로서 재생가능에너지 연구비로 책정된 예산을 끌어와 그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수소 캠페인은 전통적인 핵 로비스트 와 석유 로비스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소에너지는 진정 미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진정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니다. 또한 핵에너지 확대 의도와도 관계가 있는 수소에너지 확대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용기 객원기자 juy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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