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과정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작업대로 올라가는 재활용 쓰레기.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자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사진 / 김정민 기자
분리 과정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작업대로 올라가는 재활용 쓰레기.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자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사진 / 김정민 기자

 코 앞에 닥친 쓰레기 대란 ②

부안군, 쓰레기 처리에 연 48억 원

지자체 직접수거로 나은 편이지만 신규 매립지와 소각장 시급해

쓰레기 재활용률은 겨우 36% “최대한 줄이고 바르게 버려야”

 우리의 일상생활을 통해 쓰레기는 종류별로 정해진 장소에 제때 모아두면 언제 있었냐는 듯 쓰레기는 수거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여겨지고 있다. 누가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사라져버리는 듯한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데 부안군이 들이는 비용은 연간 최소 48억 원에 육박한다. 매립지 조성과 유지 등의 부수적인 비용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
부안군은 줄포 매립지를 운영하기 시작한 90년대부터 지금껏 지자체 직접수거 방식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해왔다. 그 덕분에 쓰레기 수거를 민간에 의존하는 일부 지자체와 도시의 쓰레기 대란과 같은 문제는 아직 먼 이야기인 듯 들릴 수 있으나 부안군도 마음 놓고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쓰레기들이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당연한 듯 처리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와 앞으로 만들어 낼 쓰레기의 양은 엄청난 데 반해 소화할 수 있는 양은 한정돼있다. 게다가 처리에 따르는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쓰레기 처리는 더 큰 비용이 들고 어려워질 전망이다.

압축된 플라스틱 쓰레기. 이만큼의 쓰레기가 나오는 데 며칠 걸리지도 않는다.
압축된 플라스틱 쓰레기. 이만큼의 쓰레기가 나오는 데 며칠 걸리지도 않는다.

부안군은 현재 일반폐기물을 묻는 데 사용 중인 줄포2매립지를 2024년까지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빨리 이곳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부안군환경센터 옆으로 신규 매립지를 조성하고 하루에 30t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부안군의 각종 쓰레기 수거와 처리 상황은 아직 까지는 원활하다. 수거된 일반 쓰레기는 부안환경센터에서 분리 과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한 품목과 고체연료로 만들 수 있는 것을 걸러낸 뒤 매립된다. 부안군에서 땅에 묻는 쓰레기의 양은 하루 약 45t에 이른다.

부안군 환경센터 내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부안군 환경센터 내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만들어 재사용한다. 부안군 환경센터 내 음식물 처리시설에 들어온 음식물 쓰레기는 유리, 뼈, 껍질 등의 이물질을 분리한 뒤 탈수, 분쇄, 발효 과정을 거쳐 고형물 퇴비로 만들어지고 농업용으로 쓰인다.
플라스틱은 원형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들은 1차로 나뉘어 수거 업체에 원형으로 팔린다. 그 외 각종 페트병은 분리 과정을 거쳐 압축해 업체에 넘긴다.
유리병은 갈색, 녹색, 황색의 색깔별로 나눠 분리하고 마찬가지로 취급 업체를 통해 수거돼 재활용된다.
택배를 통해 신선식품 소비가 크게 늘면서 함께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스티로폼의 경우 테이프와 스티커 등의 부착물을 완전히 제거한 뒤 감융기를 통해 녹여 압축해, 스티로폼 제작의 원료로 만들고 있다.

폐기물 고형 연료. 이것을 만들어내는 곳에서는 플라스틱을 태운 듯 한 악취가 진동한다.
폐기물 고형 연료. 이것을 만들어내는 곳에서는 플라스틱을 태운 듯 한 악취가 진동한다.

재활용할 수 없는 폐비닐과 플라스틱은 고온에 녹여 고형폐기물연료인 SRF로 만들고, 이를 태워 전기나 열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쓰이게 된다.
이처럼 부안군은 수거하는 모든 쓰레기의 용도와 상황에 맞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쓰레기가 100%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부안군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50톤 정도의 재활용 쓰레기가 반입되는 데 이 중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는 양이 25~30톤에 달한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은 오염됐거나 분리배출 과정에서 지켜져야 하는 방식대로 버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는 분리수거 된 재활용 쓰레기 중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4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 19 이후 수거되는 재활용 쓰레기는 종전에 비해 25%가량 늘어 쓰레기 수거와 처리하는 인력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늘어난 쓰레기양에 맞춰 탄력적으로 늘어나지 못한 인력으로 인해 제대로 분리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은 더 늘었을 것이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부안군은 현재 정읍, 고창과 함께 3개 시군생활권 사업으로 정읍에 대규모 재활용 처리장을 조성 중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대부분 재활용 쓰레기의 재사용과 반출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의 흐름과 업체의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대규모 처리장이 완성되면 이런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소각되는 일반 쓰레기에 대한 문제와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 따르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반 쓰레기를 매립하는 것은 결국 한계가 있기에 부안군은 소각장을 조성해 쓰레기 매립 양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로부터 흘러나온 침출수. 부안군환경센터는 매립지의 침출수를 정화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줄포매립지는 바다와 맞닿아있어 오염된 침출수가 바다로 흘러가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쓰레기 매립지로부터 흘러나온 침출수. 부안군환경센터는 매립지의 침출수를 정화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줄포매립지는 바다와 맞닿아있어 오염된 침출수가 바다로 흘러가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러나 부안군의 계획대로 매립지와 소각장을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며, 이런 처리방식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선 부안군에서 나온 쓰레기를 여태껏 받아들여야 했던 줄포지역의 주민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리 없다. 쓰레기를 묻는 것만 하더라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데, 직접적인 피해의 우려가 더 큰 소각장을 반대하고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른 지역에서 소각장이 있는 지역의 인근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높고 그 중 폐암의 비율이 높았던 사실과 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소각장에서 나온 매연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사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소각장은 최신 기술이 집적된 최신 시설로 만들어질 것이기에 흔히 걱정되는 다이옥신 검출과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체폐기물연료를 만드는 것도 문제다. 실제 고체폐기물연료를 사용할 경우 대기오염과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대기오염 방지시설이 미비한 곳에는 고체연료 사용을 금하고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이 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다.

재활용 분리수거가 이뤄지는 작업장
재활용 분리수거가 이뤄지는 작업장

스티로폼을 감융기를 통해 원료로 만들고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유통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세계적인 유가 하락으로 인해 스티로폼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저렴한 데다 플라스틱 합성수지는 중국에 수출하는 길이 끊기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없기에 수거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듯 쓰레기를 땅에 묻거나 재사용을 위해 처리하는 과정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무감각하게 소비하고 끊임없이 쓰레기를 만드는 생활을 멈추지 않는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쓰레기 대란에 대해 귀 기울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명하게 소비하고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지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짚어보며, 더 많은 사람이 지금 누리는 소비문화와 생활방식,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향과 대안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쓰레기 대란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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