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에 들려온 기쁜 소식을 따라 주산면 동정리로 향했다. 코로나19 탓에 아주 작은 미풍처럼 들려온 소식이었지만 진원지를 찾는 데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48회 어버이날 기념 효행실천 표창, 사무국장 윤귀자 대통령상 수상’이란 현수막을 따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인정했다는 효녀 윤귀자(49) 씨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사무국장님 이신가요?”, “아닌데요”, “사무국장님을 찾는데 혹시 국장님이신가요?”, “아닌데요” 죄다 효녀고 사무국장처럼 생긴 열혈 여성이 있는 곳은 윤 국장이 근무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둥근마음 보금자리다.
사무실 깊은 곳에서 “저예요”라며 맞이해주는 윤 국장은 대부분의 봉사직 사람들이 그렇듯 거창하게 알릴만한 일이 아니라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쑥스러움도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국장님의 효행을 알리면 코로나처럼 전염돼 효가 퍼질 것이라는 낡아 빠진 논리로 설득해 시설 내 식당에 마주 앉게 된 윤 국장은 “아버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며 마음속 얘기를 내놓는다.

표창장 수여식, 맨 우측이 윤귀자 사무국장
표창장 수여식, 맨 우측이 윤귀자 사무국장
윤귀자 사무국장의 부친인 윤광호 옹(87)
윤귀자 사무국장의 부친인 윤광호 옹(87)

그녀의 효행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로 시작된다. 재향군인회에 다니고 있을 당시 농아인의 어려움을 보고 수화를 배우면서 자신과 조금 다른 이들의 아픔에 동화하기 시작했다. 핵폐기장 반대 운동이 한창이던 때 연을 맺은 김인경 원불교 교무님의 권유에 2005년도에 송산효도마을로 들어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봉사와 효행의 고된 길이 시작됐다. 부안군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이라는 타이틀은 많은 고난을 나타내기도 한다. 모두 다 처음 가는 길이었다. 노인 한분 한분을 보듬고 살피면서 마음으로 살피는 눈이 생겼다. 바로 관심이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꼭 필요한 사람이 돼 있을 무렵인 2016년 둥근마음 보금자리가 개소했다. 좀 더 소외된 계층인 중증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도 있지만 이곳에서 그녀를 더욱 필요로 했다.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시설의 설립부터 챙겼다. 신설기관이라 운영비를 비롯해 부족함이 많았다. 여기까지 온 시간이며 거쳐온 가시덤불이 얼만데 포기란 없었다.

단 하나, 병환을 앓고 계신 어머님과 간호에 정성인 아버님이 늘 마음에 걸렸다. 시간이 되는 족족 찾아뵙고 관심을 기울였다. 남들은 효심이 깊다고 생각했겠지만 늘 부족했다. 둥근마음 보금자리 개소 후 얼마 안 돼서 어머님과 이별을 맞이 했다. 떠나간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보다 남겨진 87세의 아버지에 대한 측은함이 더 컸다.
25년간 어르신들을 모시며 살아왔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란 적도 없다.
보금자리 원장님이 작성해 올린 공적 조서를 보기 전까지 그녀의 효행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 효행은 대통령의 마음도 훔쳤다. 그간 쌓아온 효행을 어찌 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가 짐작도 쉽지 않다.

그녀는 효를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자주 찾아뵙고 부족한게 무엇인지 살피고 채워주고 늘 관심갖는 것 아니겠어요”
밝게 웃는 그녀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아버님을 찾았다. 마치 그녀가 효를 전염시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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