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회의, 반핵민주후보 지지 선언시민사회 소통부족…두갈래 움직임

지난 총선에 대한 뼈아픈 평가

지난 2004년 총선을 두고 한 주민은 “그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주민자치운동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섞인 표현이다.

군민의 민심이 표출되는 이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부안반핵투쟁을 통해 성숙한 주민자치운동 세력이 정당 중심의 선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흩어져 각개대응하면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한계가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이종일 부안군민회의 집행위원장은 “주민들의 추대로 세워지는 독자후보가 최선의 방법일 수 있었다. 그러나 부안은 너무 준비되지 않았고 결국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어떤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가 기준도 제시되지 못했다”며 지난 총선을 평가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부안의 시민사회 안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만은 준비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와 함께 ‘부안에 필요한’ 군수와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활동계획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열린, 부안의 미래를 여는 3차 군민대토론회 자료사진. ⓒ 염기동 기자

자치운동 두 갈래 움직임 속 군민회의 ‘불안한’ 활동 선언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를 표명하며 선거캠프에 들어간 개별 활동가들을 논외로 한다면, 현재까지 부안 자치운동세력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전 반핵대책위의 부안항쟁정신 계승을 표방하며 올해 초 출범한 부안군민회의(상임위원장 서대석)의 ‘반핵민주후보 지지운동’과 농민회·전교조·사회보험노조 등 지역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준비하고 있는 ‘(가칭)올바른 군수선거를 위한 공약실천연대(이하 공약실천연대)’가 그것이다.

이들은 “독자후보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군수가 되느냐보다 군정 운영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후보자들을 견인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정책검증 기준의 범위, 후보 지지·낙선 운동의 형태 등 구체적인 운동방식에 대해서는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이며 별도의 활동을 계획해 왔다.

이런 가운데 부안군민회의가 지난 19일 “‘반핵민주후보’를 선정해 지지 선언을 하겠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주권재민 군정 정책대안 4대 과제’를 군수·도의원·군의원 후보자들에게 제시하고 답변 내용을 근거로 반핵민주후보를 선정, 선거운동기간 중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갖는 등 여론화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이 되자, 같은 날 공약실천연대는 자신들이 준비했던 공식활동계획을 잠정적으로 보류키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틀에서 동일한 목적을 두고도 두 개로 갈라진 활동을 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무리가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소통 없는 시민사회, 지방선거 힘 모을 수 있을까

두 갈래 활동에 대해 부안군민회의는 그간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분열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서로를 존중하며 선거에서는 궁극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날 벌어진 해프닝은 공식 활동 일정을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원활히 소통되지 않았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으로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재논의가 이루어지면 양측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대응계획이 구체적으로 가닥 잡힐 전망이다.

이들이 군민들에게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풍부한 기준을 제시하게 될 지, 아니면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지난 총선의 뼈아픈 과거를 반복할 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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