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초 아이들, 동진초서 '학교간 이동수업'

위부터 두학교 4학년 어린이들의 체육수업, 5학년 아이들의 종이탑 쌓기 수업, 6학년 아이들의 조리실습 풍경. ⓒ 염기동 기자
쿵쿵쿵…. “저쪽으로 던져!” “아무개가 맞았다!” 동진초등학교 체육관이 아이들의 공 튀기는 소리와 함성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25명의 학생들이 두편으로 나뉘어 한편은 공을 던지고 한편은 공을 피하는 공 맞히기 놀이를 하고 있다.

체육시간이면 의례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나 이 학생들 중에는 동북초교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있다는 게 남다른 점이다. 나영(동북초 4)이는 가쁜 숨을 고르며 “우리 반은 9명밖에 안 돼 이런 놀이를 할 기회가 없는데,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하니까 더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4학년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 동안 5학년 학생들은 독서실에서 종이로 탑쌓기를 하고, 6학년 학생들은 급식소 식당에서 볶음밥과 샌드위치 만들기 가사실습을 한다.

동북초교의 학생수는 한 반에 4~10명 정도여서 단체놀이나 2부 합창 같은 수업이 힘들다. 학년을 묶어 복식수업을 한다 해도 학년별 진도에 맞춘 세심한 교육은 어렵다.

이에 올해 처음 계획된 것이 이 학교간 이동수업. 도내에서 부안군이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이 이동수업은 현재 동진초교와 동북초교, 그리고 백산초교와 백룡초교가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동북초교 학생들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동수업을 위해 한달에 한번씩 3km 떨어진 동진초교로 와서 함께 수업을 받는다. 첫수업 때는 두 학교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낯설어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몸 부대끼며 체육수업을 받다보니 어느새 친구가 됐다.

그래도 가끔 짓궂은 장난으로 벌을 받던 장난꾸러기들은 “우리 학교 선생님이 쟤들(다른 학교 학생들)한테만 친절해”라는 볼멘소리도 던진다. 선생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낳은 작은 부작용인 셈이다.

김혜영 동진초 교사는 “아이들이 즐거워 하니 보람을 느낀다”며 이동수업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들이 축구, 배구, 야구 등 두팀을 만들어 경기를 하고, 2부 합창을 하는 게 가능해졌죠. 게다가 이웃 학교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니 1석2조 아니겠습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두명의 교사가 한 수업을 가르치기 위해 사전에 수업준비모임을 해야 하고, 또 서로의 수업을 지켜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더 좋은 수업방법을 연구하는 기회도 된다. 또 성현옥 동북초 교사는 “24명 정도의 학생수가 원활한 수업을 진행하는 데 딱 좋은 명수다”라며 이동수업의 장점을 꼽았다.

임성호 동진초 교장은 “학교간 이동수업은 부안교육청 특색사업으로 성공적인 사례”라며 “인근 농어촌지역 학교에서도 소규모 학교 수업의 대안으로 널리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학교의 특성을 살리며 현장 교육을 내실 있게 다지려는 이 같은 노력이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거센 풍파가 휩쓸고 간 농어촌 지역에서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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