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민단체 사회적 합의위해 대화중한수원 철수는 국무총리 지시사항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한수원 부안사무소(한수원)가 이해찬 국무총리의 지시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한수원 철수는 9월 16일 이희범 산자부 장관의 ‘핵폐기장 부지선정 절차 포기’발표, 이해찬 국무총리의 ‘핵폐기장 위도 부적절 발언’에 이은 부안주민에게는 또 다른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한수원부안사무소 철수는 국무총리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부안핵폐기장 문제해결과 18년 동안 멈춰 서 있는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해 강력한 정책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는 시민단체와도 최대한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물밑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 철수는 ‘한수원에 대한 질타’와 ‘전향적 원전정책 수립’ ‘부안백지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비도덕적인 사업을 집행한 한수원에 대해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V2프로젝트(본보 4호보도)에 대한 질타인 셈이다. 더 이상 비도덕적인 한수원이 부안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수원철수 지시 이후 전격적으로 한수원부안사무소 직원들은 각기 다른 곳으로 발령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산자부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이제 부안은 핵폐기장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 즉, 부안은 앞으로 추진될 정부의 새로운 원전정책 과정에서도 핵폐기장 유치 대상지역에서 배제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부안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통해 새로운 원전정책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안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 5월말 핵폐기장 유치청원을 낸 7개 시·군(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유치신청을 받으려 했으나, 마감일인 9월 15일까지 단 한 곳의 지자체도 유치신청을 하지 않았다. 뒷날에는 이희범 산자부장관이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예비신청 절차 무산과 ‘부안포기’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이희범 산자부장관의 발표문은 사실상 ‘부안 백지화’ 발표였지만 ‘주민투표를 통한 유치 결정’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부안주민들은 보다 확실한 ‘백지화 발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통한 핵폐기장 부지 선정도 물건너 갔다. 현행 절차를 준용하더라도 오는 11월 30일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선 20일전인 11월 10일에 산자부의 요청으로 행자부 주민투표 공고가 있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수원 철수와 더불어 ‘부안 백지화’를 보다 확실히 못 박는 셈이다.
한편 원자력회의가 늦어지고 있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폐기장 및 원전정책 관련 정책결정을 미루면서 일종의 ‘꼼수’를 부리기 위한 수작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1년 5개월을 넘게 싸워온 부안주민들에게는 ‘정서상’ 타당하다. 하지만 ‘원자력회의 지연’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는 “원자력위원회가 연기되는 것은 좀더 시민단체와 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안은 정부의 새로운 원전정책과 관련 없다”고 말해 사실상 정부 내부적으로는 부안백지화 방침을 정했음을 시사했다. 과거 일방적 결정과 추진방식에서 시민단체와의 합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부안 및 원전정책 문제가 다뤄질 경우 주민간 갈등해소,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사면복권 등 민심수습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부안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민단체와의 사회적 합의가 무산될 경우 부안백지화 이후 각종 민심 수습방안이 부안문제의 원인제공자인 김종규 군수의 치적 혹은 정부의 시혜로 전락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시간이 늦춰지더라도 시민단체와의 충분한 합의를 만든 후 정부내부방침을 정해 원자력위원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2·14 주민투표로부터 시작됐어야 할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절차이지만, 정부의 반성이 하나씩 실행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영주 기자 leekey@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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