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에 곁눈질도 못한채 엘리트 공부는 너무 허망

프랑스에서는 새 고용법인 최초고용계약(CPE) 철회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100만명 이상의 프랑스 노동자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 프랑스 전역은 교통과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상당한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프랑스의 새 고용법안처럼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게 뻔한 비정규직 법안이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결국은 곧 자신의 문제가 되어 삶의 고삐를 당길 문제가 될 게 뻔한 데도 무심하거나 아예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학생들과 연대하지 못하고) “정부와 국회가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에 나서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장거리 이동 중에 기착해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새만금 갯벌이 훼손된다면, 도요·물떼새들의 이동시 사망률이 증가하고, 번식 성공률이 감소하는 등 종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도요새류 가운데서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1천~2천 마리밖에 안 되는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사촌과 같은 새는 머지않아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도 필리핀 청소년들이 천연열대림의 무분별한 벌목에 반발해 ‘미래세대 환경권 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에서 이들이 이김으로써 무분별한 벌목이 대폭 축소되었다.‘자연은 앞 세대가 후손들한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고 실천한 것이다.

진로는 우리나라 소주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었고 2003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화의 신청 중 진로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장’의 이중플레이로 그 해에 결국 미국의 기업사냥꾼인 골드만삭스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김&장은 진로의 법률자문과 골드만삭스의 법정대리를 겸하면서 진로의 재무현황과 내부사정을 골드만삭스에 흘렸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장은 우리나라 5대 로펌(종합법률회사) 가운데 하나로 이에 소속된 변호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김&장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화려한 고문들 명단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뿐만 아니라 최경원 전 법무부장관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동민 전 법무부 보호국장 등 쟁쟁한 검찰출신 법조계 인사들이 있다.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해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외환은행을 되팔아 얻는 차익은 무려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만든 원천징수 특례제도가 7월2일부터 시행되니까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즉4조원을 벌어들이고도 세금 한 푼을 안 내려고) 그 전에 매각을 끝내려고 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을 역임했던 김진표(金振杓) 교육부총리와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금감원 감독국장을 지낸 김석동(金錫東) 재경부 차관보 등이 포진한 정부가 각종 정책 수단을 갖고 있는 데도 제재보다는 오히려 론스타의 외환은행 조기 매각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국부유출에 대해 집권 여당이 침묵하는 것은 국부유출에 대한 공조”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은행업을 할 수 없는 미국의 투기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도 절차를 무시하고 예외규정을 적용했다. 또한 론스타가 현행법에 막혀 은행인수가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몇 가지 방안을 직접 코치해 주면서 이 거래를 최종 승인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관료들이었다. 당시 행장과 부행장은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시장을 상대로 경제·금융정책운용을 하는 재경부 관료들은 면면히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엘리트들로 구성돼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성한 이들에게는 국비로 모든 경비를 대주는 해외 유학의 길도 열려 있다. 그래서 해외 유수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또는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관료들도 적지 않다.

이것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길러낸 인재들의 현주소다. 이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결과인가. 입시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서열화하겠다는 소위 일류대의 비뚤어진 엘리트 교육과 서울의 집값을 잡기위해 학군을 조정하겠다는 교육철학이 없는 정치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농민의 목숨을 담보로 휴대폰을 팔아 잘 먹고 잘 살자는 세계화 바람의 결과는 아닐까. 선거철만 되면 자신이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거들떠도 안 보고 강남의 일부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자기 배반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우리 학생들은 뭇생명이 죽고 사는 환경 문제에도, 미래의 제 삶의 질을 결정할 노동 문제에도 고민은커녕 곁눈질도 못하고 있다. 오직 정점의 엘리트가 되기 위한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 학생들의 기나긴 노력들이 국부를 유출시키고 얻어먹는 떡고물에 만족하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라면 오늘의 공부는 너무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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