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임기 3/5...이해찬 총리 사퇴 파동을 보며

노무현 대통령의 선출에 많은 기대를 가졌지만 대통령 임기의 5분의3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노력은 대체로 성공하지 못한 편이다. 더구나 이제 20%대에 불과한 여론지지율로 보면 개혁을 추동할 힘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개혁의 의지는 충만했지만 개혁 프로그램과 실천전략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바로 개혁실천에 들어가지 못하고 1, 2년을 개혁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보냈다. 이 과정에서부터 조선 중앙 동아일보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의 집요한 반대와 이에 기댄 보수세력들의 노골적인 저항을 경험해야 했다.

이와 더불어 개혁이 지지를 얻지 못한 데는 이번 이해찬 총리 사퇴 파동에서도 보듯이 스타일의 탓도 있다. 나는 대통령, 이해찬 총리, 유시민 장관 등의 독선적인 행동이나 대결적인 언사들이 개혁의 정당성을 확산시키는데 많은 지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스타일을 중요하지 않게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스타일은 원래부터 지도력의 핵심 부분이다. 부드럽게 권위를 확보하고 부드럽게 사람들이 따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이다. 오죽하면 공자가 임금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는 요순시대를 이상정치로 삼았을까?

개인들이 만나서 협상을 할 때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를 먼저 칭찬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는 것과 처음부터 적대적인 발언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어떤 전략을 채택할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는 이러한 스타일에 있어서조차 가장 유리한 것을 찾아내 필요한 과업을 성취해야 한다.

스타일 때문에 과업이 지장을 준다면 훌륭한 지도자라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도자는 좋은 프로그램과 전략도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또한 이를 부드럽게 실현할 수 있는 스타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는 부처들을 장악하여 핵심적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한 발언들은 이러한 긍정적인 부분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독선적이었다.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여 반감을 높임으로써 상대와 국민을 설득해서 일을 하는데 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총리, 유시민 장관은 정치적으로 보면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았다고 할 수 없다.

이들은 불필요한 발언과 대결로 불필요하게 사회적 긴장을 높였다.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세력을 대변하고 있어 세력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개혁을 완수해야할 임무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를 정치적으로 계산해서 해야 한다.

이를 보면 아마추어들이 성공한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프로그램과 실천전략뿐만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스타일에 대해서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많은 사람들도 단순히 정책만 고민하지 말고 정책들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책을 잘 실천하기 위해 어떤 스타일이 필요한지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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