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마당 조감도

사업비 중 9억만 국비 보조, 46억은 순수 군비
논 위에 조성해 배수도 불량, 낮은 곳은 질척거려
“업자와 지주만 배 불리는 꼴이다” 세금 낭비 주장
“동부권 주민을 위한 쉼터 필요하다” 주장도 있어

55억 원을 들여 부안읍 썬키스로스 인근에 조성한 ‘자연마당’을 두고 필요성과 함께 세금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곳을 찾을 주민과 외부 관광객을 위해 추가로 95억 원을 들여 진입로를 2차선으로 확장하고 주변 논을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자연마당 사업은 환경부가 2012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서 도시 내 폐철도부지, 훼손 습지, 인공지반 등 소규모 유휴 공간 등을 활용한 생태 공간 조성과 훼손된 자연환경 복원을 목적으로 한다.
부안군은 민선 6기 때인 지난 2016년에 이 사업 공모에 신청, 17년에 선정됐으며 부안읍 봉덕리 현대골프연습장 뒤편에 약 2.5ha(7600여평) 면적을 24억원 (평당 약 32만 원선)에 매입하고 지난해 말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모사업이라고는 하지만 2015년까지는 전액 국비였다가 2016년부터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변경됐다. 때문에 총 공사비 55억 원 중 9억 원만 국비 보조를 받고 나머지 46억 원은 모두 군비로 조달됐다. 사실상 부안군 자체사업이라고 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부안군은 매창공원이라는 서부권 공원이 있지만,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는 동부권 주민을 위한 공원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자연마당 조성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볼거리도 즐기고 아이들 놀이터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이곳을 찾는 주민들 대부분은 이미 하천을 따라 썬키스로드가 있고 더 큰 규모의 수생정원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돈을 들어 따로 공원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하수를 품어 물이 흐르도록 만든 물길. 사진 / 김종철 기자

특히나 작물을 길러내는 논을 매립해 언덕을 만들고, 있지도 않은 물을 끌어와 물길을 내는 등 인공적인 건설에 가까워 이 사업의 취지인 생태 복원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해 하루 종일 노래가 나오는 데도 이곳을 백로가 찾아오고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살며, 너구리나 삵이 활동할 수 있는 자연마당으로 표현한 안내판을 두고 실소를 짓고 있는 상황이다.
맹꽁이나 두꺼비를 비롯해 물방개나 물장군은 오히려 논으로 있을 때 보기 쉬운 생물인데도 논 위에 만든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곤충인 것처럼 해놨다는 지적이다.
설치된 시설물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나에 1천만 원에 가까운 정자들과 3천만 원을 들인 대표정자, 1억 원짜리 공연무대와 주변데크 등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골 메뉴들로 채워져 있을뿐더러 이곳이 물 지님이 좋은 논이었던 탓인지 몇몇 정자는 땅이 질척거려 진입도 어려운 실정이다.
공원 옆 문중 임야와 접한 동남쪽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역시나 배수 불량으로 전체적으로 질척거리는데다가 그늘이 있어 마르기도 어려워 얼마나 이용할지 모를 상황이다.

 

질척거리는 바닥. 사진 / 김종철 기자

이 부근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농부는 “이쪽 주변 논들이 원래 물이 잘 안 빠지는 수렁논이라 농기계가 잘 빠져 농사지을 때도 애를 먹었다”며 뻔한 결과라고 말했다.
질척일 정도로 젖은 땅은 식물이 자라기 어렵지만, 공사 마무리를 위해서인지 모두 잔디가 심겨 있어 향후 보수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생태연못에서 시작해 중앙에 조성된 잔디광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폭 1미터 남짓의 인공 물길은 현재 물이 흐르지 않아 말라 있다. 부안군은 농지 매입 시 매수한 농업용 지하수를 품어 물을 흘려보낸다는 계획이다. 물의 거리나 수생정원 등 그동안 고집스럽게 원했던 흐르는 물을 여기에서도 구현해내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따른다.
수생식물을 위한 것도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도심이 더워지는 열섬현상을 막는 조치 중 하나라고 설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해당 농부는 “열섬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담수, 즉 논에 물을 가두는 일인데도 논을 없애고선 열섬현상을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궁색한 변명을 지적했다.
부안군은 수생정원이 조성되면 1급수에 가깝게 정화된 물을 품어 자연마당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추가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급시설을 설치하고 이에 따른 전기료가 들어가는 등 안 해도 될 일을 사서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생태 연못을 관찰할 목적으로 지었다는 관찰 데크는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은색의 철골구조가 훤히 드러나 보이게 설치돼 있으며 이곳에 왜 들어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화장실은 그나마 사용 용도가 있지만,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인 1억 2천만을 들여 지어 놨다.
인근에 사는 정 아무개 씨는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이렇게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연마당이며, 수생정원이며, 하천공사며, 주변 논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이 업자들과 지주들만 배 불리는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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