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포 노루목 해안가에 들어선 펜션들 사진 / 김종철 기자

숙박업 할 수 없는 다가구주택 짓고 무신고 영업 14곳
정부감사, 펜션인 줄 알면서 허가한 행정의 잘못 지적
대집행 통한 철거는 사실상 불가, 펜션 측도 할 말 있어

고사포해수욕장 인근 노루목 해변가에 위치한 펜션 건물 상당수가 숙박시설로 이용할 수 없는 다가구주택으로 허가된 사실이 지난 정부합동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철거를 명할 수도 없고 정상화에도 난항이 예상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가구주택에서 무신고로 숙박업을 해오고 있는 곳은 총 14곳에 달하는데, 부안군은 감사 결정에 따라 해당 업주에게 많게는 수천만 원에서 적게는 몇백만 원에 달하는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뒤늦은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완공된 개인 소유 건물을 대집행하기도 곤란할뿐더러 처음 허가 때부터 이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추가 신축을 승인해주는 등 행정이 일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행정주도의 일방적인 제재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업주 측도 다가구주택으로 승인하고 세금은 숙박시설로 걷고 있는 등 행정이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내세우며 일관되지 않는 고무줄식 잣대에 문제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펜션 단지가 조성된 이곳은 계획관리지역으로 숙박시설 건축은 불가능하지만 방이 여러 개인 다가구를 비롯한 단독주택이 가능한 지역이다. 단 연면적 230㎡(약 70평) 이하의 단독주택은 민박사업자로 신고 가능해 정상적으로 숙박업을 할 수 있다.
이점을 이용한 건축주들은 마치 다가구 주택을 짓는 것처럼 설계해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부안군이 승인을 해주면서 무신고 숙박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를 숨긴 건축주 잘못이 크다는데 의견이 모이지만, 감사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행정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다름 아닌 단독주택(다가구 주택)이라고 신청한 서류의 평면도만 보더라도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계획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심 없이 허가해준 것은 담담자의 ‘업무 태만’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한마디로 행정이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신축 이후에라도 적법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고 이에 따른 이행 강제금을 적기에 부과했다면 추가로 신축을 신청하거나 허가된 건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의 주장이다.
당시 담당자는 “민원인이 다가구 주택을 짓겠다고 신청하면 다가구 건축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만을 검토할 뿐 (숙박 영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따져 묻기 곤란하다)”이라며 “업무의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는 수년간 시정명령이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행정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의 빌미가 됐다.
이렇듯 지금의 업주 측과 부안군 간의 책임 공방은 최초 건축물 신청과 허가 과정에 잘못이 있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잘 못 꿰진 첫 단추 탓에 업주는 건물을 부수거나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행 강제금을 물을 수밖에 없는 처지고 부안군은 잘못을 외면한 채 이행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계속해 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해결책이 없지야 않겠지만 정상화에는 업주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다행히 업주나 행정 모두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며 일부 행동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번에 부과된 이행 강제금만 보더라도 대부분 납부를 마쳤거나 납부예정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펜션을 중간에 매수한 사람도 있고 면적이나 객실 수에서 차이가 나는 등 업주 간 입장차가 복잡함에도 그들 나름대로 회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갖는 등 정상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 걸림돌 중 하나인 오수처리 시설과 관련해 업주들은 1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아 단지 내에서 공공시설과 연결 가능한 2차선 도로까지 오수관로 공사를 마친 것도 회의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변산면 소재지에서 이곳 펜션 단지까지 이어지는 1km 남짓의 구간에 약 7억 원의 비용을 들여 오수관을 설치해야 하는 숙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를 두고 “그간 무신고로 영업한 업주들이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뿐”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있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식보다는 이렇게라도 양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부안군 또한 문제가 불거진 만큼 해당 구간에 관련 사업을 우선 적용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상화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변산에 거주하며 노루목을 자주 찾는다는 김 아무개 씨(35)는 “서해안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안을 따라 절경을 보여주는 이곳에 무신고 숙박시설이 활개치게 만든 행정도 잘못이고 개발과 이익에 눈먼 업주들의 편법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반면교사로 삼아 더 이상 무분별한 개발에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행정과 군민들이 깨어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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