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스로 현명한 소비와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교육
사회적 지원이나 동정적 시혜가 아니어도 자립하도록 도와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난 3년 동안 장애인들의 경제자립을 위해 실행해 온 가계금융역량강화사업의 성과보고회 ‘가정경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해 12월 27일 부안좋은교회 2층에서 열린 가정경제 토크콘서트는 그동안 해온 가계금융역량강화사업의 성과보고회로, 참가자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체험을 했는지 스스로 알리고 나누는 행사였다. 참고로 부안좋은교회는 휠체어가 자유롭게 진출입 할 수 있다.
이날 행사는 교육참가자들을 비롯해 약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교육기간 동안 손글씨로 적었던 사례집 발표, 인터뷰 형식의 교육내용 및 소감 발표, 장애인 금전관리 선언문 낭독, 수료증 수여, 친절한 가게의 관계자들을 초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등의 내용으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가계금융역량강화사업은 금융 사정이 열악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소비에 대해 상담하고 저금을 체험하는 등의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에는 장애인들에게 ‘보이스피싱 예방’과 같은 단편적인 금융 관련 교육을 해 온 반면, 이번 사업은 장애인들이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소비방법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참가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참가자가 5만 원씩 6개월을 저금하면 30만 원을 매칭하여 저축액에 더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엔 10명이 했던 300만 원이 18명의 1300여만 원의 저축으로 늘었다. 참가자들이 저금체험을 통해 저축의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였다.
가계금융역량강화사업은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오도선머니클리닉과 함께 집단교육, 멘토링을 실시했다. 총 4개 기관에 속한 지체·지적 장애인들이 장애특성 등 다름을 넘어 이해와 소통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참가자 중에서 장애인 멘토를 선발, 양성해 저축과 지출에 관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지체장애인이나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던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잘 이해하고 잘 해냈지만, 지적장애가 있는 참가자들의 경우 충동적으로 소비하고 저축개념이 다소 희박해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지역사회도 함께했다. 부안농협중앙회의 경우 우대금리 지원 협약을 통해 장애인들도 당당한 고객으로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채무가 있는 장애인들에게 관련한 업무에서 다소 비협조적인 사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보다 잘 협조하고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소비에 있어서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부안 내에 총 5곳의 ‘친절한 가게’가 선정됐다. 참가자들이 직접 선정한 친절한 가게의 선정 기준은 첫째, 장애인 소비자 입장에서 쉬운 언어로 설명할 것, 둘째,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안내할 것, 셋째, 무조건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등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참가자들은 ‘장애인은 게으르고, 무능력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에는 다 써버리기만 했던 수급비를 저축하게 됐고, 본인에게 필요한 지출도 계획해서 소비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인 사회적 도움이 아니더라도 현명한 소비와 저축을 통해 자립이 가능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요컨대 이번 사업의 의의는 참가자들에게 있어 돈 문제는 탈 수급이나 완벽한 경제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정경제교육의 가치라는 것에 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나가는 사례와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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