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초 영어 원어민 강사 아티리 인터뷰

지난달 부안군 학생종합예능발표회에서 스노우화이트(백설공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영어연극을 선보인 행안초등학교 아이들. 자유스러운 연기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보이지 않아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원어민 강사의 생활 영어가 한 몫 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부안군내 학교에서 유일하다”는 영어 원어민 강사, 필리핀 태생의 아티리(Artily Dela Cuesta, 40).
수업이 없는 틈에 영어 교실을 방문하니 컴퓨터와 헤드폰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교실 뒤편에는 지난 여름 전교생이 참여했던 ‘영어말하기’ 행사 사진이 붙어있다. 그녀는 특기적성시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약간 색이 바랜 청바지와 붉은 점퍼차림. 반지 하나 끼지 않은 수수함과 약간 거친 손이 자연스럽다. 그녀와의 첫 인터뷰는 아주 짧게 진행되었다.
▲한국생활, 특히 부안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어려운 것이 ‘한국말’이다. 너무 어렵다. 그러나 요즘엔 김치를 담그기 위해 상설시장에서 혼자 배추를 살 만큼 제법 익숙해 있다.
▲필리핀과 한국 문화 중 다르다고 생각되는 하나를 들면?
큰 아들이 자연스럽게 부모를 모셔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재밌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귄 한 친구가 시부모 때문에 무척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남편과 단 둘이 살아서 그런 문제가 없지만 이런 풍습이 매우 독특했다. 한국의 큰 아들과 그의 아내는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것은 즐겁나?
아이들을 보면 매우 귀엽고 내가 젊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쁘고,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행복하다. 내가 한국말에 서투른 탓에 가끔씩 아이들과의 소통이 잠시 멈출 때가 있다. 그땐 몸짓 손짓을 이용하는데 시간이 지난 후 그걸 혼자 생각하면 무척 재밌다.
▲지난 학생예술 발표회에서 행안초등학교 영어연극이 박수를 많이 받았는데?
영어연극을 기획하고 지도한 선생은 따로 있다. 나는 그 선생님의 기획에 보조 역할을 하는데 학생들의 발음과 생활영어를 주로 담당한다. 연극을 준비하다 보면 아이들이 실수 할 때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1:1 생활영어와 반복대화학습을 하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어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필리핀이 그립나?
필리핀에는 부모님이 살고 있다. 남편과 제 작년에 다녀왔다. 필리핀이 그립긴 하지만 한국에 사랑하는 가정이 있어 행복하다. 나는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김일호 기자 ilhoki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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