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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에 추진되던 ‘다목적폐기장’…주민이 막았다
다목적폐기장이 들어서려 했던 예정부지 / 카카오 맵 캡쳐

폐어구·음식물쓰레기에 의료폐기물·폐가축도 처리 가능한 시설
업체 측, 이장 등 접촉하면서 수천만 원의 마을발전기금 제시
주민들, 반대대책위원회 꾸리고 수십 장의 현수막부터 내걸어
대책위원장 “행정소송 각오했는데, 힘 모아준 주민에게 감사”

주산에 다목적폐기물처리장 건립을 타진하던 한 민간업체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계획을 백지화했다.
현재 나주와 익산 등지에서도 폐기물처리장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 소재의 A업체가 당초 폐기물처리장 부지로 물색한 위치는 주산면 사산리 599-6번지로, 현재 정일석산과 염창석산이 영업을 하고 있는 배메산 바로 앞이다. 4만4000여㎡ 규모로 인근에는 산돌마을이 있다.
A업체는 이곳에 약 250억 원 가량을 투자해 폐어망과 폐어구를 비롯해 음식물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친환경자원순환형설비(MRR시스템) 플랜트를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A업체 대표가 지난 여름 현지를 방문해 부안군청 담당자와 산돌마을 이장 등을 만나 공장 설립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은 수천만 원의 마을지원기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진 부안의 한 인사가 주산면의 유력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공장이 설립될 수 있도록 꾸준히 종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부랴부랴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박철완)를 꾸리며 반발에 나섰다. 주민들은 우선 주산면 일대에 수십 장의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투쟁의 시동을 걸었다. 현수막은 대체로 ‘주산면민 다 죽이는 다목적처리장 결사반대’, ‘군수 군의원 주민 똘똘 뭉쳐 다목적처리장 막아내자’는 등의 내용으로, 최근에는 상서면 일부 지역에까지 내걸린 것이 목격됐다.

이처럼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계획임에도 주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데에는 그 동안 인근의 석산 개발로 인해 고통 받았던 경험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산돌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그 동안 우리가 석산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느냐. 석산 허가 연장도 안 되지만 그런 이상한 폐기장은 더더욱 안 된다”면서 결사반대를 강조했다.
나아가 이 업체가 주장하는 친환경자원순환형설비가 음식물쓰레기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과 하수 슬러지, 구제역 폐가축까지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주민들의 반대 수위를 올리는데 한몫했다. 이 업체는 부안 공장이 지어지면 폐어구와 생활쓰레기 만을 처리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구제역 폐가축 등 온갖 혐오 쓰레기까지 죄다 반입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철완 반대대책위원장은 “민간업체가 아닌 공공폐기장이거나 관내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불가피하게 처리하는 시설이라면 얘기라도 들어볼 수 있겠지만, 민간업체가 수익을 얻기 위해 세우는 폐기장이라면 더 이상 듣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며 “더구나 의료쓰레기나 폐가축은 말 할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가운데 A업체 대표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리장 건립을 계속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보유한 설비는 친환경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오라는 데가 많다”고 항변하면서 “그런데 굳이 주민들이 극구 반대하는 곳(부안)에 갈 이유가 없다”며 처리장 건립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처럼 폐기장이 백지화된 데는 이 지역이 ‘유물산포지’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유물산포지란 문화재 지정은 안 됐지만 유물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화재청이 해당 지역개발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곳이다. 실제로 개발행위 중에 문화재가 출토되면 업자는 일체의 개발을 멈추고 문화재청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이후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정밀조사와 발굴을 해야 한다. 이 경우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이 비용을 토지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손을 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토지주도 당초 태양광발전소를 계획했으나 이 같은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A업체 대표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땅 주인과 직접 만나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면서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이 마치 부안에서 (폐기장) 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느낌인데, 명확히 말하지만 굳이 반대하는 지역에서 사업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지화 소식을 접한 박철완 대책위원장은 “업체 측이 한사코 하겠다고 하면 반대 투쟁도 길어지고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도 해야 하는 등 우려했는데 조기에 철회돼 다행”이라며 “주민의 단합된 힘이 막아냈다고 생각하고 힘을 모아준 주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업체 쪽에서 안 하겠다고는 하지만 만에 하나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익산과 장수 등 전북 지역 내에 폐기물 공장이 신설되거나 기존 시설의 환경오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오롯이 주민의 힘으로 혐오시설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무분별한 님비현상(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하지만, 수익을 얻기 위해 지역주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부안의 청정 이미지를 훼손하는 민간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주민들이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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