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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특집>장애인 공감콘서트-“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공감'하다”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난타 공연. 이 팀은 정식 초청을 받고 전국투어를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사진 / 부안장애인복지관 오천

장애인 예술인이 무대에서 솜씨를 뽐내는 동안 객석은 시종일관 환호했다. 무대와 객석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전북장애인인권연대가 주최하고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과 부안독립신문이 후원한 ‘2019 전라북도 장애인 문화예술 공감콘서트’가 지난 24일 오후2시 부안예술회관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올해 3회 째인 이번 공연은 첫해 전주 공연을 시작으로 작년 전주와 익산, 올해는 전주와 부안, 진안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장애인 예술가들의 무대로 정착하고 있다.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 장정수 과장과 황보람 씨의 재기 넘치는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주최자인 장애인인권연대 최창현 대표와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 이춘섭 관장, 부안독립신문 대표 순으로 간단한 축사를 하면서 문을 열었다.
첫 공연은 ‘아리아리열두줄’ 팀의 가야금병창이었다. ‘뱃소리’, ‘남원산성’, ‘진도아리랑’ 등 세 곡을 연주한 이 팀은 전순자, 박선아, 김선기, 서은자 등 4인으로 구성됐는데, 특히 김선기 씨의 걸죽한 타령이 일품이었다. 일부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아리아리’라는 말은 ‘스스로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간다’는 뜻의 순우리말로, 이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승화시켜 나간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아리아리열두줄'의 가야금 병창

두 번째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팀의 ‘난타가락, 서문탁 아리랑’이 이어지자 객석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부안예술회관에서는 많은 공연이 열리고 그만큼 많은 관객이 열광하지만, 이번 공연처럼 관객들이 ‘천진하게’ 호응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시나브로 무너지고 있었다.

열광하는 객석

더구나 정읍에서 온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은 정식으로 공연비를 받으며 ‘전국 투어’는 물론 ‘해외 투어’까지 초청되는 팀으로 이미 장애인 예술계에는 명성이 자자했다. 그동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갈고 닦았을 노력 탓일까, 이들이 내는 북소리에는 공연장을 뒤흔드는 힘이 있었다.
세 번째 공연은 ‘수어지교’의 ‘엄지척’이었다. 수어통역사인 김은경, 최향숙, 심진아, 이혜진 씨 등 자칭 ‘미녀 4총사’로 구성된 이 팀은 ‘엄지척’이라는 가요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여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냈다.
수어(手語)지교는 ‘물과 물고기가 서로 떨어질 수 없듯이 아주 특별한 관계(水魚之交)’를 빗댄 부안의 단체다. 손과 말이 물과 물고기 같은 관계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농아인의 재활과 자립을 도모하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실현을 목적으로 1995년 9월에 창립된 이래, 농아인들을 위한 문맹교육, 문화체험, 취미문화 활성화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화통역사로 이뤄진 '수어지교'의 공연

네 번째 공연은 ‘해내리 마칭밴드’의 ‘캐러비안 해적’과 ‘투 스텝스 프롬 헬’이었다. 마칭밴드 특성상 수십 명의 단원이 무대에 올라 우드블럭이나 탬버린 등 각자 맡은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복잡한 동선을 따라 행진하는 공연이었다. 객석에서는 박자에 맞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지인의 이름을 부르며 ‘화이팅’을 외치는 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해내리’는 말 그대로 ‘맡은 일이나 닥친 일을 능히 처리하다’는 뜻으로, 주로 김제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단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공연활동을 통해 정서를 풍부하게 표현하게 된 것은 물론 자존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밝힌다. 예술의 힘이자 무대의 힘이다. 장애인 무대가 활성화·정례화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로써 분명해진다.

'해내리 마칭밴드'의 공연. 이들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부쩍 향상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 공연은 ‘무지개’ 팀의 ‘사물놀이’였다. 시각장애인 2~3명이 포함된 이 팀은 장구채를 잡은 지 불과 수개월 된 초보자들로 구성되다보니 가락이 아주 단순한데다 리듬이 곧잘 흐트러지곤 했다. 하지만 공연 내내 단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고, 객석은 연주가 틀리는 것쯤은 상관없다는 듯이 박수를 보내고 춤을 추었다. 그러니까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연주자도 관객도 얼마나 열심히 즐기고 있는지 그것이 중요했다. 최고의 무대 아닌가.

무아지경에 빠진 '무지개' 팀의 상쇠

마지막은 밴드 ‘외침’의 무대였다. 이들이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와 ‘풍문으로 들었소’를 연주하는 동안은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밴드는 어떤 공연에서도 관객을 쥐었다 놨다 하는 마력 때문에 공연의 끝 부분, 그러니까 크라이막스를 장식하게 마련이다. ‘외침’ 밴드 역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밴드 '외침'의 기타리스트. 공연 내내 독보적인 무대매너를 선보이며 락커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실 창단 1년 남짓한 이 밴드의 실력만 놓고 보자면 보잘 것 없었다. 복잡한 부분은 다 빼고 단순하게 편곡을 했음에도 리듬과 화성 등 제대로 맞는 부분이 별로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 했고, 객석은 사운드의 엄청남 볼륨과 사이키한 음색만으로도 압도됐다. 특히 엔딩 부분에서 멋지게 기타를 들어올리는(틀리면서) 퍼포먼스를 연출한 기타리스트의 무대 매너는 독보적이었다.

재기 넘치는 입담으로 공연을 진행한 부안복지관 장정수 과장과 황보람 씨

공연이 모두 끝난 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들은) 무대에 몇 번 서 보기만 해도 자존감이 엄청나게 높아져요. 그래서 그때부턴 공부도 하겠다, 취직도 하겠다, 연애도 하겠다, 결혼도 하겠다, 전엔 엄두를 못 내던 일에 도전하곤 해요. 예술이라는 게, 무대라는 게 정말 신통하죠?”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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