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개 갯벌의 하나로 불리던 새만금이 간척사업으로 죽음의 땅이 된지 벌써 30여년이 지났습니다. 갯벌이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지금쯤 년간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 가까운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복장 터질 일이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습니다. 새만금에 해수유통을 하면 갯벌의 50~70%는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래를 대비하는 의미에서 안면도 갯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 운동을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취재는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이 맡았으며, 지역주간신문 ‘뉴스서천’과 잡지 ‘함께사는 길’이 공동 보도합니다.         편집자 말

 

너른 안면도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는 만수동 주민들

서해 갯벌과 접해 있는 마을에는 으레 어촌계가 있다. 많은 어촌계 중에서 어촌계원들이 채취한 바지락의 30%를 기금으로 적립한 다음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연 30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태안군 안면도에 있는 만수동어촌계이다. 지난 8월 8일 안면도 남단에 위치한 태안군 고남면 고남7리 만수동 마을을 찾았다.
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 바로 서쪽에 위치한 만수동 마을은 남쪽의 원산도와 서쪽의 고대도, 장고도 등의 섬으로 둘러싸여 밀물 때면 호수에 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전제능 만수동 어촌계장(58)을 만나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수동 어촌계 운영과 갯벌 환경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마을 주민과 어촌계원은 몇 명이나 됩니까? 또 바지락을 잡는 갯벌 면적은 얼마나 됩니까?

-마을에 56호가 있고 인구수는 125명에서 128명으로 왔다 갔다 해요. 96명이 어촌계원이고 나머지는 학생이라고 보면 돼요. 바지락 양식장은 마을양식장과 공동양식장 두 군데로 구분되어 있어요. 공동양식장은 10개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면적이 120헥타르 정도 돼요. 이곳에서는 어촌계원, 준계원(최근에 마을로 들어온 젊은 귀어인) 할 것 없이 모두 채취를 하는데 가장 많은 수익이 발생해요. 마을양식장은 면적이 31헥타르 정도 되는데 기존의 어촌계원(43명)만 이곳에서 채취할 수 있어요. 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어촌계원이 6명 있는데 마을양식장 중 1헥타르는 이들의 펜션을 찾는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어요. 마을양식장은 매년 갯벌 휴식년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마을 앞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 진입로가 나 있는데, 올해 우측에서 작업을 하면 내년에는 좌측에서 작업을 하려고 해요. 그래야 바지락을 크게 키울 수 있죠. 마을양식장을 이용하는 어촌계원은 43명으로 제한해 놓고 이 분들 중에서 돌아가시거나 이사 가는 분이 있으면 순번제로 귀어한 분들이 자동적으로 들어가요. 1년에 2, 3명 정도 되더라고요. 18명이 귀어 했는데 12명이 아직 마을양식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죠. 워낙 공동양식장에서 잡는 수입이 많다 보니까 굳이 마을양식장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기도 해요.

전제능 만수동 어촌계장

어촌계장은 언제부터 맡고 계십니까?

-2014년 6월 30일부터 어촌계장을 맡기 시작했어요. 임기가 4년인데 한 번 더 해달라고 해서 재임을 했어요. 원래 이 마을 태생이에요. 여기 살아도 농사만 지었지 어업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1년을 살아도 바다에 한 두 번 밖에 다니지 않았어요. 출마를 하지도 않았는데 주민들이 무기명 투표를 해서 당선이 됐어요. 남녀 5명씩 총 10명을 대의원으로 선출해 주면 어촌계장을 수락하겠다고 하고 임기를 시작했어요.

마을에서 시행하는 마을연금제도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 제도는 마을양식장에서 바지락을 공동으로 생산을 하고 공동으로 판매를 해서 그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자는 거예요. 공동양식장에서 나온 것은 개인 것이에요. 마을양식장에서 캔 하루 전체 바지락 생산량 중에서 먼저 어촌계 운영비로 5퍼센트를 뗍니다. 그리고 나머지 생산량 중 70퍼센트는 당일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n분의 1로 나누어 주고 나머지 30퍼센트는 마을연금제도에 따라 그 대상자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연금제도에 해당하는 분들은 80세가 넘으신 노인 분들, 중증환자, 장애인들이 해당이 되요. 또 평상시에 바지락을 캐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단합대회나 병원에 갔다던가, 다른 일로 만약 작업을 하지 못할 사유만 있으면 그분들에게도 공동생산량의 30퍼센트를 가지고 모두 나누어 줍니다. 매일 바지락 작업이 끝나면 해당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생산량과 금액에 대해 알려줍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습니까? 

-마을양식장은 우리 부모 세대인 70대, 80대가 다 만들어 놓은 거예요. 돌을 지게에 실어 다가 굴 양식장, 바지락 양식장을 만들었어요. 그 덕에 지금 세대들은 호미나 바구니만 가지고 가면 캘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마을연금제도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15년 6월에 대의원회의를 열었을 때 12월까지 6개월만 한 번 (시행을) 해보고 수익이 나는지를 보고 계속 할지 말지 결정을 하자고 했어요. 만약 손해가 나면 계속하지도 않고 손해가 나는 만큼 내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더니 대의원 전부가 찬성을 하다라고요.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바구니에 가득한 바지락

주민들의 수익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실제로 6개월을 해보니까 바지락을 캐는 작업자가 1인당 180만 원의 소득이 더 생겼어요.  일단 바지락 큰 것만 캐서 팔았어요. 그리고 수협과 군을 통해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길을 열었죠. 바지락이 작으면 수출이 안 되잖아요. 중간 상인을 끼고 해서 수출을 했어요. 1톤부터 시작을 해서 인근 어촌계에서 채취한 바지락까지 합쳐 수출을 했어요. 연금제도를 하기 전에는 작은 바지락까지 포함되다 보니까 1킬로그램당 2200원 또는 2300원을 받았어요. 근데 바지락 큰 것만 수출하다보니까 4월부터 6월까지 1킬로그램당 3700원을 받았어요. 킬로그램당 1500원을 더 받은 거죠. 요즘에는 여름철이다 보니까 바지락 속이 덜 차서 1킬로그램당 2700원~2800원에 팔아요. 예전과 같은 양을 캔다 하더라도 단가로 보면 다른 어촌계보다 1500원을 더 받는 셈이에요. 참고로 공동양식장과 마을양식장 전체에서 바지락을 잘 캐는 사람은 1년 동안에 6천만 원까지 수입을 올리기도 해요. 저는 이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6개월마다 한 번씩 수익 결산을 내서 어촌계원들에게 공개를 합니다. 예전처럼 6개월 동안 조업 일수가 62일로 똑같았는데 통장으로 들어온 수입이 오히려 180만 원 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죠. 그랬더니 마을연금제도를 반대하는 어촌계원들이 없더라고요. 2년 반 동안 연금제도를 했는데 이제는 정착됐어요. 요즘은 1톤 정도를 캐요. 금액으로는 단가가 2700원이니까 270만 원이 돼요. 마을양식장에서 바지락을 캔 작업자가 얻은 수입이 2018년에 1인당 1600만~1700만 원이었어요. 고수온으로 인해 약간 줄었어요. 올해는 온도가 이 정도로만 유지된다면 1900만 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거예요. 2018년에 비작업자의 수입은 연간 300만 원 정도 됐어요.

 ▶다음 주 2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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