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대 구속과 재판 소식에 대하여

지난해 연말 ‘홍콩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한국 민중투쟁단’이 홍콩에서 시위를 벌이다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들로 구성된 1천여명의 시위대들이 연행되고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게 되었다.

무역자유화를 표방하는 WTO 체제가 빈국의 시장개방을 강요해 결국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 충정과 주장이야 백 번 옳은 것이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구속자들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한 것일까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홍콩 관영 RTHK 방송이 선정한 ‘2005년 올해의 인물’에는 ‘대장금’의 여주인공 이영애와 가수 비, 한국 농민시위대가 뽑혀 ‘한류’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현재 19%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위는 한국인 시위진압으로 고생을 했던 홍콩경찰(70%)이 차지했다. 한 때 한국의 시위대가 1위를 달렸지만 ‘폭력시위대에 1위를 줄 수 없다’는 여론에 힘입어 역전되었다고 한다. 과연 홍콩 사람들의 눈에 한국 시위대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단련된 한국 시위대의 용감한 모습이 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쌀 수입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두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급기야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와중에서 이번에는 예비역 전·의경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폭력시위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폭력시위로 수백명의 전·의경 부상자를 내고 경찰 수뇌부가 사퇴한 만큼 폭력시위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제 집회· 시위의 문제는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마디 말로 요약하면 집회· 시위의 권리는 민주적 의사표현을 아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것은 우리 헌법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규약과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에는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되지만,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가 방해될 때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경찰관서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에 경찰관서의 장은 그 보호요청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위반한 경우에는 어느 쪽이든 모두 3년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지만 홍콩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그것은 재판의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의 시위대들에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서 시위 주최자들이 외국의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천려일실(千慮一失)의 과오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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