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 인근에 235억 짜리 유학진흥원 건립
도동서원은 부지만 확인, 간재 유물관은 자물쇠
운영비 도에서 책임질 것, 항구적인지 두고 봐야

진서면 운호리에 전라유학진흥원이 건립될 예정이다.
진흥원은 전북도가 문화수도 전북건설이라는 기치아래 추진되는 사업의 일환으로 작년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에 이어 사업부지 선정을 마무리 한 상태다. 국립변산 자연휴양림에서 동쪽으로 약 200여 미터에 있는 군유지에 들어설 예정이며 연구동, 전시관, 수련시설 등이 건립된다.
진흥원이 부안군을 선택한 이유는 고려말 성리학 도입을 제시한 지포 김구, 조선 실학의 선구자인 반계 유형원, 조선조 최후의 정통 유학자로서 추앙받는 간재 전우 등이 모두 부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전라유학진흥원 설립을 통해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며 나아가 국학의 중심지로서 정신적 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군비에 향후 운영비, 사업 우선순위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비가 지원된다고 해서 무작정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진흥원의 총 사업비는 235억 원이며 이중 부안군은 25%인 59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로만 5억 원이 소요된다.
이를 두고 그나마 남아있는 유학자의 흔적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부안군이 군비를 들여가며 새로 짓는 것들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포 김구 선생이 후학을 기르고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다는 석동산 아래 도동서원도 복원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겨우 추정지만 확인한 상태다. 계화도 간재선생 유지는 제초제를 뿌렸는지 꽃 한 송이,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삭막한 곳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유물관이라고 안내된 곳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들어갈 수도 없다. 반계선생 유적지인 반계서당도 그간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별반 다를 바 없다.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하는데 돈 들여 새것만 짓는다는 지적이 괜한 말이 아닌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라유학진흥원이 건립된 후 들어갈 운영비다. 학문 연구 등이 주된 목적이라 관광수입은 기대할 수 없어 고스란히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로 학자나 연구원이 상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안군 담당자는 도에서 운영하기로 결정됐고 운영비는 부안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하지만 항구적인 것인지, 어디까지를 운영비로 정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하기에 속단하기 이르다.
또한 타 지자체의 진흥원이 시내 또는 근교에 위치한 반면 전라유학진흥원은 관광지이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안가에 설립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 되고 있다.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나 세미나 장소로 거리가 멀고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된다. 또한 자료의 수집 관리,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적당한 위치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부안군은 작년에 지방재정투자심사와 재정계획 심의를 모두 마치고 올 8월 중으로 전북도와 MOU 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올해 11월 안으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위한 측량 및 기본 조사를 마치고 내년에 설계를 진행, 2023년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무산된 호남실학원의 연장선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군 담당자는 실학원과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전북도가 유학 등 문화적 부분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고집스럽게 추진해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당시 도와 부안군은 호남실학원 건립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사업비 부담을 20% 이내로 할 것과 운영비의 70~80%는 도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의회가 예산을 삭감해 전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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