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해수욕장에서 변산면 소재지 방향 도로 가에 죽은 채 방치된 후박나무 가로수

변산면 도로변 후박나무 수십 그루 죽어
부안군, 하자보수기간 확인 후 조치 예정

변산면 소재지를 정비한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심어놓은 가로수 수십 그루가 죽은 지 수개월이 지나 흉물로 변했지만 이를 관리할 행정은 아직까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가 있고서야 파악에 나섰으니 얼마나 죽고 왜 죽었는지를 조사해 대책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해 업체를 선정하는 등 재정비하는 데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이뿐만 아니고 죽은 나무가 일부구간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전 구간에 골고루 퍼져 있어 일부 보식이 아니라 전체 수종을 변경해야 할 경우 추가로 없어질 세금만도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로수 길은 고사포해수욕장에서 변산면사무소 앞을 지나 변산해수욕장으로 나가는 350여 미터 가량의 도로로서 2015년에 조성이 완료됐다.
2014년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시작된 ‘면 종합정비사업’에 변산면을 포함한 3개면이 선정됐다. 사업비만 200억 원이었으며 이 돈 중 일부가 가로수 길 조성에 쓰였다.
가로수 수종은 후박나무다. 격포리에 천연기념물 123호로 지정된 후박나무 군락지를 보유한 변산면으로서는 최적의 수종이지만 그만큼 가격 면에서도 고가다.
까다롭지 않고 잘 자라며 잎 모양이 너그럽고 편안한 느낌 탓에 후박하다는 표현이 이름에 반영된 나무지만 추위에 약한 탓인지 가로수로 선택한 거제, 해남, 부산 등 여러 지자체에 실패를 안겨준 나무기도 하다.
이 같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가로수 품종 선정부터 동해대책 등 관리방법에 적용했더라면 중복되는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4일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죽은 나무는 약 50여 그루에 달한다. 전문가 아닌 탓에 확실해 보이는 나무만 셌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거나 사실상 가로수 기능을 잃은 것까지 따져 본다면 훨씬 많은 수의 나무가 제거대상이 될 것이다.

말라죽어 있는 가로수

이 길을 수시로 다닌다는 지동마을의 한 아주머니는 “죽은 지 꽤 오래됐고 나 말고도 여럿이 말해서 이장도 다 알고 면사무소도 알고 있다”며 “자기들 마당에 돈 들여 심었다면 이렇게 죽도록 놔뒀겠느냐,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길가에 난 풀을 보고 “지난번에 사람 사서 길가 정비한다고 왱왱거리더니 돈 들여 한 것이 이 모양이냐,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돈이 썩어 자빠졌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가로수를 앞에 두고 장사를 하고 있는 한 면민은 “보기 싫게 이게 뭐냐, 진작 잘라버리려고 했지만 면에서 심어놓은 것이라 손도 못 대고 그냥 놔두고 있다”며 “우리만 눈이 있는가 보다”라고 조롱했다.
이처럼 인근 주민들은 행정을 향해 격앙된 질타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면사무소와 부안군청은 파악 후 조치하면 된다는 식의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면사무소는 올 초에 가로수가 죽었다는 보고를 본청에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안군청은 담당 직원이 바뀌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서둘러 파악해 조치토록 하겠다고 답변해 현장과 탁상의 온도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안군청은 사업구간별로 하자보수 기간이 달라 파악 후에 보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가로수의 통상적인 하자보수 기간이 2년인 것을 볼 때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변산으로 매일 출퇴근을 한다는 한 군민은 “면사무소 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공무원들이 이 길을 오가고 있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피서철이 다 되도록 저렇게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해 공무원의 무관심이 가로수 고사의 원인 중 하나라고 탓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