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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병·의원들, ‘처방전 2매 발급’ 규정 외면한 채 ‘달랑 1장만’
보건복지부가 소개한 처방전 읽는 법

대형병원 한 곳 포함 관내 대부분 1부만 발급
2부 발급비용 의료수가 책정돼 있어도 비용 탓
환자의 알 권리·위급 상황 대비 위해 받아 둬야

“몰라, 병원에서 주는 대로 받아왔지”
처방전을 왜 한 장만 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방금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온 한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 2항에는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 2부를 발급하여야 한다. 다만, 환자가 그 처방전을 추가로 발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팩스ㆍ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하여 송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처방전 2장 발급은 병원의 의무다.
하지만 부안관내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여전히 1장의 처방전만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더군다나 몇 개 없는 대형병원 중 한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처방전은 ‘약국제출용’과 ‘환자보관용’ 두 가지로 발급된다. 대다수의 병원들은 처방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약국제출용’ 1장만을 발행한다. 환자 스스로가 무슨 약을 먹는 것이지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발행하는 ‘환자보관용’을 1부 더 발행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발급을 게을리 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발급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종이나 잉크가 얼마나 들어간다고 그렇게까지 하겠는가’라고 하겠지만 부도 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랑비에 옷 젖듯 낙전 수입으로 이용할 만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더불어 의료수가로 발급비용 10여원이 책정되어 있어 가랑비가 아니고 햇살에 가깝다.
또 다른 이유는 환자들에게 돌린다. 처방전에는 환자의 이름과 주민번호, 병명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있음에도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아무렇지 않게 임의로 폐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개인정보 노출 등 사회적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1부만 발행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는 제도의 허점이다. 환자가 ‘환자보관용’발급을 신청했음에도 발급하지 않았을 경우만 처벌대상이 된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시정하고자 지난 2018년 1월에 최도자 국회의원을 비롯한 14명의 의원들은 2부의 처방전을 발급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논의 중에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환자 스스로가 처방전 2부 발급을 요청해야만 보관용 처방전을 발급 받을 수 있는 형편이다.
처방전에는 본인의 질병과 함께 처방 받은 약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 이는 언제 생길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에 있어 생명을 지키는 정보로 활용된다. 화학적 충돌이 생길지 모르는 약이나 주사제 투입을 예방하기도 하고 당뇨나 혈전제 등 위급상황에 있어 치료의 방향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현명한 환자라면 보관용을 발급받아 보관하고 추가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해 두기도 한다.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질병분류 정보센터(www.koicd.kr)나 질병분류기호(www.kcdcode.kr)를 방문해 처방전에 기재된 질병분류기호를 입력해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전문적인 용어 때문에 외우기도 이해하기도 곤란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먹는 약이 무슨 약인지 알고 싶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https://www.hira.or.kr/main.do)에 접속한 뒤 ‘의약품정보조회’를 검색하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신이 처방받은 약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전국 각지의 병원, 의원, 약국, 보건소를 평가해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다니는 병원이 약을 과다하게 처방하는지 적정하게 처방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특히 약의 경우 항생제처방율, 주사제처방율, 약품품목수, 처방약품비, 유소아중이염항생제등 총 5가지 항목을 1~5등급으로 구분해 약 과다처방 병원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부안관내 대다수 병원이 최악인 4~5등급이 것도 놀랄 일이지만, 부안군보건소 조차도 약품품목수가 5등급으로 ‘6품목이상 약 처방비율’이 평균의 2배에 달해 오남용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방전과 다르게 조제되는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처방전 2부 발급보다는 실제로 약을 조제하는 약국에서 발급하는 조제확인서가 제도화 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처방전 2부 발급이 시행규칙으로 명시된 만큼 병·의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타당하다. 그래야만 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고 새로운 개선책이 제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철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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