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시민행동(준)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탈핵시민행동 제공

즉시 원자로 멈춰야 하는 상황에 12시간 뒤 수동 정지
한빛원전 사고 땐 부안 전체가 치명적인 피해 입을 수도

지난 10일 전남 영광의 핵발전소 한빛 1호기에서 ‘원자로 출력급증’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한빛원전에서 불과 30km 남짓 떨어진 부안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영광 한빛 1호기가 5% 출력 제한치를 초과해서 18%까지 높아지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 즉시 원자로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12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수동으로 정지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해 감독자의 지시·감독 소홀이 의심되는데다, 현장 운전원들이 관련규정조차 숙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돼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사고 발생 15일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안위는 지난 20일 이번 사고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돼 발전소를 사용정지 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안은 변산·보안·진서·줄포·위도면 등 5개면이 한빛 원전 30km 이내인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부안읍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 역시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영향권이라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 부안읍에 거주하는 군민 ㄱ씨는 “영광에서 사고가 나면 30km가 문제가 아니고 전·남북 전체,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는 충청도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원전 폐쇄를 비롯해 주민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고, 부안군도 이런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부안군 자체적으로라도 비상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부안은 이미 지난 2015년 핵발전소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을 5개면 전체로 확대해 달라고 원안위에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한편, 21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준)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결고 “무면허·무사안일로 잦은 고장을 야기하는 한빛1호기를 폐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건의 정확한 원인과 상황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운영지침 상 시험가동 중에 5% 이상의 원자로 열출력이 발생해 바로 정지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왜 12시간이 지나서야 수동정지를 시켰는지 제대로 된 해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지금까지 알려진 사건 경과를 보면 사건 발생 이후 5시간 30분이 지나 원자력안전기술원 사건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18% 출력 급증이 있었다는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문제를 파악하고도 조치를 취하는데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탈핵시민운동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 등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더 이상 불안하고 위험한 핵발전소를 무책임하게 가동하지 말고 핵발전소를 문 닫는 것이 최선의 재발방지 대책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빛1호기는 지난 1986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가압경수로형(95만kW급) 핵발전소로, 2017년 부안에서 가장 가까운 한빛4호기에서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벽에 구멍이 발견된데 이어, 증기발생기 내부에 망치의 형태 금속물질까지 발견된 바 있다. 또 지난 1월과 3월에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지역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빛 원전 전경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