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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이 요술봉이라도 되나?”, 연구용역 남발로 예산낭비 우려 커
2009년 6월 부안종합개발계획 최종 용역보고대회 당시 모습

올해 연구용역비 16억7936만원, 작년에 비해 125% 증가
‘예술회관~스포츠파크 도로 타당성 용역’ 5000만원 날려
보고서의 공개와 활용도 소홀…군청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올해 들어 부안군의 학술·연구 용역비가 급증해 용역 남발로 인한 예산낭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9년 부안군 예산에 반영된 연구용역비는 16억7936만원으로 전년 7억4540만원 대비 무려 125%나 증가했다. 순증액이 9억3396만원에 달한다.
이는 공사설계나 사업집행 용역 등 법적 의무 용역을 제외한 순수 연구용역으로, 대부분 국·도비 보조 없이 군비로 진행된다. 따라서 발주 여부 역시 부안군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올해 연구 용역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부안종합발전계획 용역을 꼽을 수 있다. 부안군은 10여년 전인 지난 2009년에도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용역비는 무려 4억7500만원이었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동북아 레저파라다이스 실현' 등 7개 아젠다 발굴과 추진방향, ‘미생물 융합산업 거점화 추진’ 등 4개 메가프로젝트, ‘조경수목 재배사업 실시’ 등 3개 새만금연계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보고서대로 현실화된 사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시에도 용역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군민들로부터 지역 현실에 동떨어지거나 빈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부실용역·예산낭비 여론에 맞닥뜨렸었다.
10년이 흘렀으니 부안군 종합발전계획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맞지만, 이번에도 뜬구름 잡기식 사업이나 지역현실을 무시한 제안, 재원조달 방안 없는 프로젝트를 나열한 빈껍데기 용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부안군은 용역비 3억 가운데 1억원은 관광발전계획에, 2억원은 부안종합발전계획에 배정하고 이달 중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에 붙일 예정이다.
농업기술센터가 발주한 ‘참뽕 기능성상품 패키지 개발’ 용역(2000만원)은 지난해 참뽕 샴푸 개발에 이은 ‘참뽕 린스’ 개발 용역이다. 농업기술센터는 지금까지 3800만원이 투입된 참뽕비빔밥을 미롯해 마스크팩, 피쉬소스, 참뽕 삼계탕(참프레), 뽕 찐빵(슬지네찐빵) 등을 개발하거나 지원해왔다.
하지만 대표적인 특화상품으로 꼽는 참뽕 비빔밥은 개발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부안읍에서조차 쉽게 맛 볼 수 없다. 이는 농업기술센터가 우리 고장 특산품인 참뽕과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와는 별개로, 용역의 질이나 사후관리 미흡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건설교통과의 격포~위도~식도간 해상교량 건설공사 타당성 조사 용역(1억원)은 지난해 발주했으나 ‘사업타당성 결여에 따른 책임기술자 확보 어려움’이라는 이유로 현재 중지된 상태다. 격포 위도간 교량 건설에만 최소 1조 이상의 거액이 소요되는 대규모 토목공사인 까닭에 용역을 수행할 해상교량 전문가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행정은 경제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서 용역을 할 때도 있다”면서 “향후 혹시 있을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대비해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사진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라며 용역을 진행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는 지난해 5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시행한 ‘예술회관~스포츠파크 연결도로 타당성 용역’이 꼽힌다.
불과 700m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부안군의 무모한 계획에 대해 이 용역은 ‘타당성 결여 및 재원 대책 부재’를 이유로 사업 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용역 결과가 아니었으면 도로 건설사업이 계속 진행됐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다행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군민 혈세 5000만원은 아무런 생산적인 결과물 없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문화관광과가 발주 예정인 ‘마실축제 프로그램 개발 용역(1500만원)’이나 새만금잼버리과의 ‘줄포만갯벌생태공원 관광 활성화 연구 용역(1800만원)’. ‘줄포만갯벌생태공원 본관 옥상 활용방안 타당성 조사(2000만원)’ 등도 용역만능주의에 기댄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실축제는 올해 이미 7회째로 그동안 매년 외부기관으로부터 사후평가를 받아왔고, 프로그램 참여도나 평가지수 등의 데이터도 축적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용역을 실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담당부서 입장에서는 ‘히트’를 칠만한 빼어난 프로그램 하나가 아쉽겠지만, 지역정서를 가장 잘 아는 군민과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줄포만갯벌생태공원 관광 활성화 연구 용역과 같은 ‘관광 용역’도 별다른 성과 없이 습관적으로 시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한지 오래다.

실제로 관내 해수욕장과 청자박물관 등 관광지에 대한 용역이 지금까지 여러번 발주됐지만 대부분 전라북도 내 특정기관들이 수행함으로써 뻔한 내용 일변도의 ‘자기복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역 발주에 대한 자체 심의를 강화하고 지역을 잘 이해하는 전문적인 기관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보고서의 공개와 활용에 소홀하다보니 거액을 들인 용역 결과가 사장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부분이다.
현재 부안군에는 ‘부안군 용역과제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와 ‘부안군 정책연구용역 공개 조례’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보고서 공개와 활용에 관해서는 부안군 정책연구용역 공개 조례 제4조에 “부안군수는 정책연구용역이 종료된 후 정책연구결과물을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정책연구관리시스템은 ‘새올시스템’이라는 행정전산망을 지칭하는 것으로, 공무원들끼리만 공유할 뿐 일반 군민들은 접근 권한도 없고 따라서 평가도 할 수 없다. 깜깜이 용역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더구나 이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보고서 보기가 힘들다는 전언이 군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정읍이나 완주 등 인근 지자체의 경우 정책연구관리시스템 공개는 물론 지자체 홈페이지에도 공개하도록 돼있어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자유롭다. 우리 군도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군민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용역실태에 대해 문찬기 의원은 지난 군정질문을 통해 “공무원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관습적으로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며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들이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용역을 의뢰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용역을 남발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 일을 안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한 바 있다.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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