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용 울산시 동구청장, 부안서 강연회 가져

“공무원 노조는 생겨난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큽니다. 정권의 심부름꾼 노릇을 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딛고 공직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부안을 찾은 이갑용 울산시 동구청장의 말이다.

ⓒ 염기동 기자

공무원노조 부안군지부가 마련한 특별강연에 초청된 그는 노동자 출신 구청장으로 명성이 높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출신으로 1998년에는 민주노총 2대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울산동구청장에 당선된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공무원노조 총파업 당시 파업에 참가한 울산광역시 동구 소속 공무원들을 중징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울산시로부터 직무유기로 고발을 당했고, 지난 11월 울산지법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아 구청장 직함만 남긴 채 직무를 정지당해야 했다.

부안여성회관에서 열린 이날 강연은 내년 1월로 예정된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를 앞두고 그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공무원 중징계 문제를 둘러싼 부안과 울산 동구의 상반된 상황을 흥미롭게 여긴 탓인지 조합원들 외에도 많은 주민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구청장 역시 노조운동에 중심을 실었던 기존 강연과 달리, 구청장직을 맡으며 시도했던 인사혁신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사례로는 노조와 총무과가 동수로 추천한 위원들로 다면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도덕성·공정성 등 다면평가를 반영하는 인사제도를 실시했던 일이 거론됐다.

또 구청장 판공비 사용내역 일일단위 공개, 매년 예산안을 주민참여위원이 심의토록 하는 참여예산제 도입 등 투명한 예산운영을 위해 노력했던 사례도 나와 이목을 끌었다. 이런 시도들로 공직사회는 물론 구청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것이 이 구청장의 자평이었다.

그는 임기가 6개월이 남은 상태에서 직무 정지를 당한 것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고 본다. 300여명의 공무원들이 부당한 중징계를 받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냐”며 담담하게 소감을 표했다.

인사혁신과 중징계 논란이 일고 있는 부안의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다른 지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말을 삼갔다. 그리곤 울산 동구청장으로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노동자로 살고 있는 제가 남을 징계할 권한은 없죠. 정당한 투쟁을 일방적인 지침에 따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총파업으로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이 행정소송으로 모두 취하됐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왜 굳이 징계절차라는 소모전을 치르는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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