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숙 문화재청장(왼쪽)이 5일 동문안 당산(堂山) 돌오리상을 권익현 부안군수에게 전달하고 있다. 오리상이 뒤집혀 있다.

문화재청에 제보전화 “호돌이 조형물 안에 있다”
5일 반환식 때 오리 뒤집어 놔 입길에 오르기도

300년 이상 우리 고장을 지켜온 동문안 당산 돌솟대인 오리상이 도난당한 지 16년 만에 고향 품에 안겼다.
부안군은 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동문안 당산(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돌오리상 1점을 반환받았으며, 향후 문화재위원회 고증을 거쳐 3m 높이의 당산 위에 안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반환식에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권익현 군수에게 직접 돌오리상을 전달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4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돌오리상을 절취한 절도범은 장물업자들에게 유통하려 시도하였으나, 지정된 문화재를 쉽게 유통할 수 없어 불상의 장소에 장기간 은닉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말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충북 진천과 청주를 잇는 잣고개 중간의 ‘호돌이’ 조형물 안에 문제의 오리상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찾게 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자료에서 2003년 도난 이후 지속적인 수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가 지난해 5월 ‘도둑맞은 동문안당산 솟대…부안군은 행방 알고도 2년간 ‘손 놓아’’ 보도에서 오랫동안 당산 문화를 연구해 온 제보자 황준규 씨(서울)의 제보를 빌어 경기도의 A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와 함께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요컨대 지난 1월 문화재청에 접수된 ‘우연을 가장한’ 제보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었을 거란 지적이다.
이번에 회수된 솟대는 대략 59*20cm 크기의 오리 형상으로, 화강석을 거칠게 다듬어 조각한 작품이다. 동문안 당산은 3m가 넘는 높은 석주와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과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고 쓰인 한 쌍의 장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돌오리상은 이 석주 상단에 놓여있던 것으로 부안읍의 주산인 성황산을 향하고 있었다.
동중리 주민들은 음력 정월 보름날이면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농악을 치며 줄다리기를 마친 뒤 당산에 새끼줄을 감아주는 ‘당산 옷 입히기’ 풍습을 전해왔다. 돌오리상 도난 이후인 2005년부터는 행사를 일체 열지 않고 있다.
부안읍성의 동서남문 세 곳에 건립된 당산은 특이하게 돌오리상으로 장식되어 있어 부안지역의 독특한 민속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부안 서문안 당산’(국가민속문화재 제18호)에는 1689년(康熙28) 숙종 때 건립되었다는 명문이 있어 동문안 당산도 같은 해인 1689년 건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회수된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만 진품이고, 서문안 당산에는 진품 분실 이후 새롭게 제작된 돌오리상이 놓여있다. 또 남문안 당산에는 그마저도 남아있지 않아 이번 동문안 돌오리상 회수는 전통문화와 지역문화의 계승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권익현 부안군수는 인사말에서 “부안은 당산의 고장으로써 오랫동안 주민의 생활 속에 자리잡아 가정의 행복과 지역의 풍요와 평안을 가져왔다”며 “이번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 반환을 계기로 그동안 마을에서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 진행되지 못한 당산제를 복원하였으면 한다”고 희망을 표했다.
한편, 부안군은 반환식 당시 돌오리상의 배가 위로 가도록 뒤집어 놓고 행사를 치러 일부 군민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부안군청 관계자는 “(돌오리상)을 문화재청도 처음 봤고, 우리(담당 공무원들)도 처음 본데다 오리 등 쪽에 홈(구멍)이 있어 석주에 부착하는 부분인 줄 알았다”며 “설치를 할 때는 문화재 위원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제대로 설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