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가 졸업을 했다.
시유가 누구냐 하면 내 딸의 딸이니까 나의 외손녀이다.
매일 아침이 되면 눈 비비고 나오면서 내 목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녀석, 저녁밥 먹고 나면 거실에서부터 큰방, 작은방, 주방 할 것 없이 냅다 달리기를 해서 꼭 할아버지를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녀석,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내가 이기기만 하면 집이 떠나갈 듯이 우는 녀석, 짐짓 져주면 좋아서 희희낙락이다.
그런 녀석이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다섯 살, 생애 처음 맞는 졸업이다. 이제 유치원으로 간다. 좀 더 큰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졸업이 새로운 시작이라면 유치원입학은 좀 더 넓은 세상으로의 도전이다. 지금껏 옹달샘에서 헤엄치는 올챙이였다면 올챙이가 꼬리를 떼고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조그마한 개구리라고나 할까.
그 개구리가 자라서 초등학교에 올라가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해서 어른이 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나서 “인생이란 다 그런 거라고” 유행가 가사처럼 통속한 것이 인생인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땐 외할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통속적! 나는 바람이 불면 앞마당에 감나무가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바람이 부니까 감나무가 춤을 춰” 이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순수! ‘대상 그 자체에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이 없음’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생각에 이질적인 잡것이 섞이지 않아서 감나무가 춤을 춘다고 표현했을까. 그랬을 것이다. 비교 대상을 아직은 찾지 못하여 있는 그대로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세상이 물처럼 맑고 유리알처럼 투명하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중상모략이 판을 치는 세상이 득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감나무가 바람에 춤을 춘다는 순수한 생각들은 자연히 감나무가 흔들린다는 통속적인 개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똑 같을 수는 없다.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은 틀린 것이 인생이다. ‘인생이란 다 그런 거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유행가 가사는 유행가 가사로서의 가치가 있고 ‘감나무가 춤을 추는’ 순수함은 그것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구본을 돌려 보아라. 지구의 동쪽 끝에 있는 조그마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이 자식을 낳아 또 어른이 되고 그래서 우리의 역사는 이어져 가는 것이겠지, 그래서 너희들은 나라에 미래라고 하는 것이다. 
아침이 되면 재잘거리는 소리에 하루가 시작되고 저녁이면 달리기를 많이 해서 종아리에 알이 배기고 밥 먹고 나서 동화책을 엉터리로 읽고 할아버지 핸드폰을 “몽땅” 보겠다고 떼를 써도 고맙게도 너는 나의 외손녀이다.
이제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면 생각주머니도 많이 커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겠지 아이들이 귀한 요즘에 너희들은 진정으로 나라의 보배인 것이다.        
회자정리!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게 되는 것이 인간사인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너와 내가 할아버지와 외손녀로 만나게 된 것도 다 그런 인연인 것 일게다.
또한 언젠가는 너와 내가 또 우리 가족들도 이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도 우리 인간사에 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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