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백산봉기 기념식 모습

고창 “적법성·타당성·객관성 없고 비민주적·불투명하다”
부안 “문체부에서 백산성 성지화사업 지원 약속했다”
주민 일각 “동학농민혁명 무관심, 부안의 철학 부재 탓”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황토현전승일을 동학농민혁명기념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고창군의회와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이의제기’를 하고 나선 반면 부안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두 지자체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제 포문을 연 것은 고창군의회(의장 조규철)였다. 조규철 의장을 비롯해 최인규, 이봉희, 임정호 의원 등 4명은 지난 10일 행정안전부를 방문해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에 따른 재검토 결의문'을 전달하고 기념일 제정을 재검토 해줄 것을 건의했다. 행정안전부는 법정기념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부서이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문체부의 법정기념일 제정을 위한 평가기준 중 '지역참여도 평가' 항목이 포함된 것에 대해 "역사성과 상징성으로 대표되어야 할 법정기념일을 단순히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를 보고 평가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회장 진윤식)와 주간해피데이신문사(대표 박성학)가 “문체부의 기념일 선정과정은 적법하지 않으며, 타당성이 없으며, 객관성이 없으며, 비민주적이며, 투명하지 않다”며 행안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문체부는 ‘기념일선정위원회가 역사성·상징성·지역참여도란 기준에 따라 기념일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기준에 따른 ‘평가결과’(채점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문체부의 상기 진술은 허위이며, 문체부 선정절차 및 결과에는 최소한의 타당성과 객관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강한 어조로 이의를 제기했다.
실제로 부안독립신문 역시 기념일 발표 직후 기념일선정위원회의 ‘회의록, 채점표,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며 문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문체부는 회의록과 결과보고서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1항의 5목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됨”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채점표는 “부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참고)
고창기념사업회 등은 또 “문체부는 선정기준으로 역사성·상징성·지역참여도를 제시했는데,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성·상징성을 대표할 날을 선정하는 것이지, 현재 어떤 지역의 참여도가 동학농민혁명의 본질이 될 순 없다”고 전제하고 “특정지역에 유리한 지역참여도를 선정기준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동학농민혁명을 지역으로 축소시키면서 지역정치인 등의 개입가능성을 부채질하는 것이며, 이번 문체부 선정절차 및 선정결과의 특혜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처럼 고창이 일제히 성토 일색인 반면 부안은 문체부의 기념일 선정과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기념일 선정 직후 오장환 의원(백산·주산·동진)이 백산성지 일원에 동학농민혁명기념관 건립을 촉구하는 5분 발언을 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의회 이한수 의장은 지난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념일 이의제기 여부에 대한 공식입장을 묻는 질문에 “집행부로부터 문체부가 (부안군에) 백산성 성지화사업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보고는 받았다”면서도 “기념사업회나 행정에서 우리에게 자료도 좀 주고 했더라면 (제대로) 대처를 했을 텐데……”라고 말을 흐려 상황 인식이 안이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반면 부안군은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안군 관계자는 “고창은 이의제기를 안 한다는 동의서까지 써놓고 또 했는데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동학혁명기념일 문제가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면서 “이의제기를 해서 (기념일 선정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최근 군수님이 문체부장관을 직접 만나 (문체부가) 백산성성지화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밝혀 본질보다는 예산 확보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부안군의 행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군민은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에 발맞춰 부안에서 일어났던 항일운동 역사를 재정립하고 숨겨진 의병과 독립운동가를 발굴해도 모자를 판에 반외세운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부안군의 철학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행안부가 고창군의 이의 신청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다. 혹여 이의 신청의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만큼 부안군은 지금이라도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성과 정통성을 고루 갖춘 백산대회일이 동학기념일로 선정되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