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수가 최근 모 주간지에 기고한 글을 보며

김종규 군수가 최근 11월 29일자 모 주간지에 ‘부안을 기억하십시오’라는 특별기고를 하였다.

전국지인 이 주간지에 실린 기고문은 특이한 형식으로 쓰였다. 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편지글처럼 보이기도 한다. ‘목 놓아 울지도 못하고 가슴으로 한없이 웁니다!’를 시작으로 ‘부안을 기억하십시오’로 끝나는 기고문이다.

이 글은 난제인 국책사업 방폐장을 유치하려 했던 자신의 순수한 열정이 반대하는 주민들과 사회단체 그리고 무원칙한 정부와 언론에 의해 좌절된 것을 개탄하며, 상처입은 부안을 위해 모종의 치유책을 바란다는 다소 격정적인 감정의 표출로 쓰였다.

글에 나타난 것을 보면, 여전히 반대파의 논리와 행동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고, 믿었던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언론과 사회단체의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경주시민들이 기뻐하고 얼싸안는 TV장면을 보고 소리도 못 내고 목 놓아 울었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군수 자신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점,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 주민들의 다수 의견을 따르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

예를 들어, ‘정부와 사회단체와 언론들에게 소외당하고 거짓에 눈 가려졌던 부안을 기억하십시오’라는 구절 글을 읽어보면 군수 자신과 방폐장 유치를 찬성했던 주민들 외에는 그 누구도, 즉 반대측 주민과 사회단체, 정부, 언론 모두가 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독선적으로 보인다. 즉, 군수와 그 지지자들만 결백하고 나머지 모두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주장으로 보인다. 반대측 주민들과 정부 및 여당은 오히려 의견이 대립됐었다. 군수와 찬성측이 정부 및 여당과 의견이 같았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적군은 물론 아군이었던 정부까지 포함해서 싸잡아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여론에 밀려 갈팡질팡한 정부와 여당에도 책임이 있고, 반대측의 주장이나 투쟁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갈등의 원인은 독선적인 자치단체장의 일 추진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 동안 부안 및 군산의 방폐장 유치문제를 둘러싼 많은 토론회를 보았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주장에 대해 과도한 확신을 가진 절대주의자들과의 토론은 무의미하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자세를 가진 사람들은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무지한 대중이나 권력의 판단에 밀려 할 수 없이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할 때,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얼마 전에 부안군 진실화해협의회 구성을 제안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여전히 감정의 앙금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심지어 같은 편이었던 정부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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