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수와 건수 모두 가파른 상승…190건에 4억7000만원
대부분 관광지에 목적 불분명…퇴직예정자 연수도 여전
포상 연수도 급증해 한꺼번에 40명이 단체로 떠나기도

2015년 2억8000만원, 2016년 3억7900만원, 2017년 4억7000만원.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 거액의 용처는 군민 복지나 일자리 창출, 또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이 아니다. 바로 군민의 세금으로 부안군청 공무원이 3년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비용이다. 건수 역시 2015년 124건, 2016년 178건, 2017년 190건으로 증가했다.(그래프 참고)
부안군 공무원의 해외연수는 지나치게 빈번한데다 고비용이라는 점에서 전부터 군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아온 프로그램은 퇴직예정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였다.
부안군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퇴직예정 공무원 18명이 1인당 300만원(부부동반 600만원)씩 무려 1억800만원의 세금을 들여 유럽 각지를 다녀온 것을 비롯해, 2016년 11명이 1인당 300만원씩, 총 3300만원으로 뉴질랜드, 독일 등 유럽을 다녀왔고, 2017년에도 20명이 스페인, 미국, 뉴질랜드 등지로 연수를 다녀왔다. 2017년에는 경비가 대폭 올라 1인당 최하 400만원에서 많게는 최고 579만원까지 지급돼 모두 9000여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을 코앞에 둔 공무원이 선진지 견학으로 얻은 지식을 언제 어떻게 군정에 접목시키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연수비용까지 늘자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청은 ‘그 동안 공직자로서 봉사한 대가’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그런 논리라면 군민의 먹거리를 생산, 공급해온 농민·어민·자영업자야 말로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으로 봉사를 했으니 우선적으로 연수를 가는 게 맞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해외 연수의 성과가 불분명한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차이나교육문화특구’ 등 중국 관련 사업을 위한 연수가 꼽힌다.
2015년 3월, 6급 공무원 3명이 ‘차이나특구접근사업 발굴’을 위해 440여만 원을 들여 4박5일 동안 중국 홍호시와 청도를 다녀 온 것을 비롯해, 같은 해 9월에는 3명이 ‘대중국 교류 및 영상테마파크 활성화’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510여만 원을 썼고, 같은 해 11월에도 3명이 ‘부안고려청자 유적지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및 관광선진지 비교시찰’ 명목으로 중국 항주와 상해를 다녀오면서 400여만 원의 세금을 사용했다.
또 2016년 1월에는 ‘부안차이나교육문화특구 추진을 위한 중국교육문화 탐방 연수’ 목적으로 공무원 1명이 7박8일 동안 135만원의 비용으로 중국 제남과 남경을 다녀왔고, 5월에는 ‘중국절강성 상위구 우호교류’ 명목으로 4명이 250여만 원을 들여 중국 소흥시를 다녀왔다.
2017년 2월에는 3명이 ‘중국과의 우호교류 확대를 위한 국외출장’을 다녀와 그해 11월 홍호시 현지에서 ‘부안군-홍호시 우호교류 협정체결’을 맺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그러나 부안군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차이나 교육문화특구’와 관련해서는 현재 어떤 진전도 없는 상태다.
공무원들이 단체 관광을 하듯 한꺼번에 수십 명씩 해외로 떠난 경우도 적지 않다.
2015년에는 ‘지방세 징수실적평가 우수공무원 해외시찰’ 명목으로 27명이 각각 40여만 원의 비용으로 4박5일 동안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다녀왔다. 당시 군민들 사이에서는 징수실적과 유명관광지인 앙코르와트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다음 해에도 계속돼, 2016년 3월에는 ‘지방세업무담당자 해외시찰’ 명목으로 26명이 각 120여만의 비용으로 4박5일 동안 라오스를 다녀왔고, 휴가철인 7월에는 ‘1/4분기 재정조기집행 공로자 해외연수’ 명목으로 31명이 각각 80여만 원의 경비로 3박4일간 중국 청도를 다녀왔다.
2017년에는 ‘17년 신속집행 및 규제개혁 공로자 해외선진지 견학’ 명목으로 무려 40명이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3박 4일간 일시에 타이완을 다녀왔다. 비용은 각각 120만원으로 총 5000만원의 세금이 쓰였다. 가히 단체 관광이라 할 만 하다.
당시 군민들 사이에서는 40명이 한꺼번에 군청을 비워도 업무가 돌아간다면 공무원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공무원 배낭여행’은 2015년 35명이 각 200만원씩 7000만원을 들여 유럽을 다녀왔고, 2016년에는 27명이 각 200만원씩 총 5600만원의 비용으로 폴란드와 헝가리 등지를 다녀왔다.
이 연수는 그나마 젊은 공무원들이 시야를 넓히는 등 자기계발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목적성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청년 취업률이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공무원들만 무슨 특권으로 군민 세금을 써가며 자기 계발에 나서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 목적 자체가 막연한 연수도 있다. 2016년 ‘2015년 공기업평가 우수군 선진지 해외시찰’ 명목으로 공무원 17명이 2200만원을 들여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를 다녀왔지만, 무엇을 위한 ‘선진지 시찰’인지 그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포상연수도 너무 빈번하고 고비용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2015년 ‘공감나래활동성과우수팀 국외연수(야한구경팀)’라는 이름으로 모두 8명의 공무원이 각각 25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세금으로 7박9일 동안 유럽지역을 다녀왔다. 하지만 읍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된 상품인 ‘야한구경’은 당시에도 현실성과 부적절한 용어 등으로 비판을 받았고 현재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2016년 8월에는 ‘마실축제 TF팀 해외우수축제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7명이 각각 80여만원씩 총 560여만원의 비용으로 3박4일 동안 중국 청도를 다녀왔지만, 이들이 중국을 방문한 8월 28일부터 31일 사이 청도에서는 어떤 축제도 열리지 않았다. 청도의 대표축제인 맥주축제는 이들이 도착하는 날 끝났으니 ‘축제 벤치마킹’은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 셈이다.
2017년 10월에는 ‘부안오복마실축제TF팀’ 7명이 포상 성격으로 각각 100여만 원의 비용을 쓰며 베트남을 다녀왔고, 11월에도 ‘제54회 전북도민체육대회 TF팀 선진 견학’ 명목으로 7명이 각각 100여만의 비용으로 3박4일 동안 홍콩을 다녀왔다.
2017년에는 전에 없던 포상 연수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이달의 자랑스런 공무원 선정자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8명이 각각 150만원의 비용으로 3박4일 간 베트남을 다녀왔고, 12월에는 ‘정책랩 성과 우수공무원 선진지 견학’ 명목으로 10명이 각각 150여만 원을 쓰며 4박5일 동안 중국을 다녀왔다.
사실 어느 조직이든 우수한 실적을 낸 경우에는 포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적잖은 급여에 상여금까지 받으며 본연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해외여행까지 보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꼭 포상을 해야 한다면 성의 있는 선물과 상패 정도로 충분하다는 게 군민들의 생각이다.
특히 현재 ‘전라북도 우수공무원 중국 연수’ 명목으로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6박 7일 동안 중국 윈난성을 방문 중인 한 공무원의 경우, 28일부터 열리고 있는 ‘부안군 노인여성회관 생활문화교실 작품발표 및 전시회’의 주무팀장이어서 회원들이 본지에 제보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심지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발표회는 댄스스포츠, 영어연극, 우쿨렐레 연주, 노래교실 합창, 하모니카 연주, 요가, 에어로빅 등 생활문화교실 참가자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부안군 측은 이번 연수가 전액 도비 지원이라 떳떳하다는 입장이지만, 도비 역시 국민들의 세금이라는 점을 간과한 변명에 불과하다.
군민 ㄱ씨(54)는 이에 대해 “지역 최고의 엘리트이자 고소득집단인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요즘 부쩍 자치와 분권을 얘기하는데 지역 관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진정한 자치 분권은 요원하다. 불요불급한 해외연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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