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의회 행정사무감사장 회의 모습

요점 없고 긴 질문 다수…집중도 떨어뜨려
공무원에 입에 발린 ‘격려’…공적으로 대해야
“자질·전문성 향상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부안군의회가 지난 15일 기획감사실을 시작으로 7일간의 행정감사를 마쳤다.
이번 감사는 초선의원이 많고 민주당 일색인 8대 의회가 본연의 기능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잠재울 기회로 떠오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감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장황하고 요점 없는 질문과 의견제시 또는 정책 권유나 권고성 질문이 주를 이뤄 그간의 간담회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획감사실, 주민행복지원실, 자치행정과를 대상으로 열린 감사에서 ‘군민과 소통하는 현장행정을 펼쳐라’,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원칙을 가져라’, ‘조직개편시 축산과를 신설하라’, ‘이직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여성공무원 배려에 힘써라’, ‘전문공무원을 육성하라’ 등 의견형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행부서가 아닌 관리부서라 실무적 질문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행정사무감사인 만큼  좀 더 날카로운 질문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증인으로 나선 각 과의 장들은 ‘19년도에 적용하겠다’,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 ‘조정을 시도하겠다’ 등 예상 가능한 답변으로 무리 없이 감사 첫날을 마쳤다.
다음날 감사는 감사장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업경영과를 비롯한 친환경축산과, 해양수산과 감사에서는 이태근 의원이 영농안정기금 이율과 과거 내용을 홍보하는 택시홍보 문제점을 지적해 각각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또한 문찬기 의원은 원가 검사, 설계변경을 통한 사업비 몸짓 불리기 등 그간 만연해 온 사업추진 형태를 지적하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악취문제에 대해서는 각 의원들이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같은 예리한 질문이 나와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질문들은 전날과 비슷하게 자신의 의견이 더해진 긴 질문으로 이뤄져 느슨한 감사장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과 함께 감사장을 이끈 이용님 위원장의 진행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행정사무감사 특위 이용님 위원장의 개회 선포 모습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설명이나 핵심이 불분명한 긴 질문, 양해를 구하는 식의 의견제시형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통제하고 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시간 관리를 통해 효과적인 진행을 이끌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모든 의원들이 질문에 앞서 해당부서 과장과 직원들에게 ‘노고에 감사드린다’. ‘감사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등 불필요한 칭찬과 격려의 말을 습관적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답변에 나서는 공무원은 증인 선서를 마친 증인이자 피감사자 신분인 만큼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되 공적인 관계로 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행정사무감사가 날카롭지 못한 데에는 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의원들은 감사에 앞서 집행부에 209건의 자료를 요청했고 대백과사전 4권을 넘어서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받았다. 행정에 잔뼈가 굵은 해당 부서 과장을 상대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이 자료를 얼마나 숙지하고 숨겨져 있을 지적사항을 얼마나 발견해내느냐는 감사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저 많은 양의 자료를 다 보기는 봤을까하는 의문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행정감사를 비롯해 앞으로 있을 각종 사안에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 향상이 시급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연수와 세미나 등 공식적인 교육을 거쳤으나 의원 스스로가 능력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역할을 다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해진다.
일각에서는 “군민들은 행정감사에서만 반짝이는 스타의원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는 군민들과 함께하고 사무에서는 행정의 오류나 과실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꼼꼼하고 능력 있는, 늘 노력하는 보통의 여러 의원을 기대하고 있다”며 의원들을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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