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와 인도가 뒤섞인 물의 거리 모습

부안군청, 설문조사 등 여론 수렴에 나서
“차량통행 원하면서 물길은 놔둬야” 모순돼
군민 “너무 불편…어느 쪽이든 빨리 결정”

부안군청이 ‘물의 거리’를 차 없는 특화거리로 조성할 것인지, 일반 도로로 환원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설문조사를 하는 등 여론 수렴에 착수했으나, 군민들 사이에서는 좀 더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문이 높다.
물의 거리는 인도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 보행자가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길 가운데 설치된 물골도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또 인근에 작은 야외공연장이 조성돼 있지만 빈번한 차량 통행으로 정상적인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처럼 물의 거리는 2006년 완공 당시 차 없는 문화예술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10년 이상 차량은 차량대로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큰 불편을 겪으면서 주변 상인과 읍민, 부안군 등이 개발 방향을 두고 해묵은 논쟁을 벌여 왔다.
이 때문에 부안군은 2016년에도 주변상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특화거리 조성을 시도했으나, 당시 상인 80%가 차량 통행을 희망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부안군은 물의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중앙의 물골을 따라 가로수를 심거나 쉼터를 조성해 문화 거리로 개발하려는 안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한 상인은 “이때 사실 많은 상인들이 물골 자체를 철거하고 인도도 설치하고 해서 평범한 도로로 복원되길 바랐다”면서 “그런데 군청이 특화거리에 미련이 많이 남았는지 그냥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의 거리가 이처럼 어정쩡한 상태로 10년 넘게 방치되자 부안군청은 물의 거리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3일까지 20여 일 동안 설문조사를 벌였다. 부안군청 홈페이지를 비롯해 물의 거리 주변상가, 읍내 이장, 민원실 내방 군민, 일반 읍민 등 모두 678명으로 부터 설문을 받았다.
총 7개 문항으로 설계된 설문에서 핵심은 ‘쌍방통행 및 인도 확보(물길 철거 가능성 있음)’와 ‘전면통행 금지 후 걷고 싶은 거리 조성’ 항목이었다. 이 결과 군민들은 ‘쌍방통행’에 대해 다소 우세한 입장을 보였지만 차이는 10%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물길’ 정비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처럼 물을 흐르게 하되 정비한다’는 문항과 ‘물길을 없앤다’ 문항을 두고 물길을 존치하는 쪽이 오차 범위 내에서 다소 우세하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 통행’과 ‘물길 존치’라는 보기에 따라 모순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양립할 수 없다. 물의 거리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군민이 물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쉬어 갈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자면 차량통행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차량이 쌍방향 통행을 하고 인도를 조성하려면 물길을 없애야 그만한 공간이 확보된다.  이번 설문 결과는 그만큼 군민들의 의견이 혼재해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부안군청 실무 관계자는 “이 설문 결과에 따라 확정을 짓는 것은 아니고 일단 분위기를 본 다음에 설명회 등 공감대를 가지려고 한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군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론이 반영되는 안을 도출해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이 반영되는 대로 내년에 특화거리와 차량통행 등 대표적인 몇 가지 개선안에 대한 설계 용역 자문을 받은 뒤 공청회나 주민 토론회 등을 통해 최종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읍민들은 10년 넘게 끌어온 사안에 대해 또 다시 시간을 끌게 아니라 속도를 내 주기를 바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그동안 물의 거리를 둘러싼 설문조사만 여러 번 했는데 다 무시하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물의 거리에서 만난 ㄱ씨(54. 부안읍)는 “지금의 물의 거리는 교통방해 거리이자 보행방해 거리다. 차라도 시원하게 다니든, 아니면 사람이라도 위험하지 않게 다녀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하며 “어느 쪽으로 결정 나도 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군청이 나서서 하루 빨리 교통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군민도 “장사하는 사람들 의견도 들어야 하겠지만 일반 시민도 수시로 다니는 길이다. 통행 차량 무게 때문에 툭하면 보도블럭이 깨지고 교차로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차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 어떻게든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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