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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람-새 농민상 수상자 김기섭·안덕순 부부

농업의 미래는? “그냥 즐겁다”

지난 6일 남부안농협 조합원 부부가 새농민 상을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다부진 어깨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남편과 동그란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예쁜 부인을 찾아 만났다.
“우리 둘 만으로 이런 상은 꿈도 못 꿔요. 다 할매들 덕이죠”라며 새농민상 수상의 영광을 동네 어르신들께 돌리는 이들 부부는 35년간 진서면 진서리 연동마을에서 농사를 지어 온 59살 동갑내기 토박이 부부 농부다.
수년 전 ‘새농민’이라는 책에서 접한 ‘상업농’이라는 생소한 문구에 농업에 상업을 더해 내 농산물에 내가 원하는 가격을 매겨 팔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남편 김기섭 씨. 그는 옆 마을 곰소에 횟집이 많고 상추가 사시사철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해서 30여 년 전 하우스 상추 농사를 시작했다.
대나무를 엮은 기둥에 비닐을 걸쳐 시작한 하우스 농사는 태풍과 폭설에 좌절의 쓴 맛도 봤지만 4녀 1남의 자녀를 키워내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살림이 피기 전, 가진 것은 젊음 밖에 없었다. 보일러 기름 살 돈이 없어 한 겨울 차디찬 방에서 이불 몇 장으로 밤을 함께 보낸 어린 자식에게 늘 미안하다”며 담담하게 말하는 부인 안덕순 씨.
당시가 원망스러운지 “지독하게 어려웠어, 다시 허라면 못 혀”라며 붉어진 눈시울로 남편을 바라보다 한쪽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쳐다봤다. 그녀의 버팀목은 자식들이었다.
30여년 전의 대나무 하우스는 쇠파이프로 만든 최신형 하우스 7동으로 늘었고, 대학까지 마친 다섯 자녀는 사회의 기둥으로 길러 냈다.
이들 부부는 안 해본 농사도 없지만 안 팔아본 농산물도 없다. 직접 농사짓고 직접 판매하는 유통마진 없는 농산물 직거래로 앞길을 찾았다. 마늘 3톤을 맨손으로 까 소포장 해 팔고, 부안에서 생소했던 절임배추를 시도해 팔고, 쌀과 보리를 갓 도정해 팔고, 4계절 내내 상추를 따다 팔았다.
생산은 윗집, 아랫집 할 것 없이 일손을 보태준 동네 어르신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인 안씨는 “그때 일 해준 할머니들이 ‘자식 키우기 힘들지, 오늘 일한 삯은 다음에 주고 우선 애들 학비나 보태 써’라는 말이 어찌나 고마운지 늘 할매들한테 감사하다”며 주위의 도움 없이는 못 했을 일들이었다고 한다.
판매는 친구의 남편부터 사돈에 팔촌까지 지역 판매 지점장으로 만들어 팔도를 대상으로 직거래를 해 나갔고, 현재 생산품의 80~90%가 이들을 통해 판매된다. “조직도를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안씨는 “30년 세월이 만들어 놓은 건데 머릿속에만 있어서 보여 줄래야 보여줄 수가 없다”며 비밀이 담긴 휴대폰을 슬며시 감추며 너스레를 떨었다.
생산과 판매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남편 김 씨는 전북대 원예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며 전문 기술을 쌓고 ‘남부안사랑회’ 모임을 통해 지역민들과 교류도 넓혔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남부안 농민 지회장을 하고 있고 선·후배 농민들의 추천과 부안농업 발전을 위해 군 농민 회장직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부인 안 씨 또한 부녀회장으로서 마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열심히 짓고 팔고 활동하다 보니 소리 없이 가난이 없어졌다고 한다. 하우스 지을 때 생긴 빚이 줄고 자녀 학자금 대출이 줄어들었다. 반면 창고는 늘어나고 흙벽이던 집은 벽돌로 쌓은 집으로 넓혀졌다. 땅도 늘기 시작했다. “그때는 해가 떨어지면 자고, 일어나면 하우스로 갔다, 전화 오면 택배 보내고, 쉴 때면 이번에 뭘 심을까 고민했다”라는 부부는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고 참 힘 들었다”라고 소회한다.
이런 부부에게도 후회되는 일이 있다. 남편 김 씨는 “기반이 쌓아질 당시, 공부도 더 하고 고급 영농기술도 쌓아 많은 농민들과 함께 잘 사는 상추 조합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이 늘 아쉽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부부는 힘들게 쌓아온 농사 기반을 나이 때문에 밀리듯 넘겨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 야무진 후계농을 찾고 있다. 물론 1순위는 자식들에게 있다.
김 씨는 “농업은 미래가 밝고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강조하며 자식들이 안 짓겠다면 신문에 공고라도 해서 후계농을 직접 뽑겠다고 한다.
“다 이뤄 놓아서 쉽게 물려받을 수 있겠다”라는 말에 “절대 그렇지 않다, 씨 뿌리고 수확하는 것은 바뀐 것이 없다, 많은 귀농과 창업농이 실패하는 것 중 하나가 농사를 너무 돈으로 만 보는 것이다. 농사는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농사철학이 궁금해 물었다. 그간 억척같이 살아왔지만 그는 “농업만이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오늘 못 벌면 내일 벌고, 물 흐르듯 쉽게 생각해야 쉽게 살아진다, 그것을 농업이 가능케 한다. 농업은 나에게 자유를 준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계속해서 오는 주문전화에 택배 포장해야겠다며 창고로 나서는 그들에게 물었다. “농업의 미래는 000다?”라는 장난 섞인 질문에 그는 당연한 말인 양 “뭐긴 뭐여, 농업의 미래는 그냥 ‘즐겁다’지”라고 받는다. 새농민상 수상이 참 잘 어울리는 부부다.

김종철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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