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돌방무덤은 2002년도 배매산 답사 때 함께 했던 서융 치과원장의 사진이다. 그때 답사자들은 배메산에서 많은 돌방무덤을 확인하면서 문화재가 많은 이곳이 왜 석산개발로 몸살을 앓아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배메산은 주산면과 보안면에 걸쳐 있다. 산에는 백제시대 돌방무덤이 여럿 발견되고 산 주변에는 고인돌과 토성, 도자기 굽던 가마터에서 흩어진 자기 조각들이 발견된다. 주산에서는 ‘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모임에서 김인택과 김영표를 중심으로 배메산 살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부안 주변에서 백제시대 돌방무덤이 발견되는 곳은 세 곳이다. 주산에서 멀지 않은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와 위도면에서 발견된다. 영원면에서도 주산처럼 돌방무덤에서 석산 개발이 진행되었으나 주민들이 석산개발을 막고 관과 주민들이 손잡고 노력한 결과 올해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위도 깊은금에 있는 백제시대 돌방무덤도 수난을 당했다. 개인 땅에 있는 돌방무덤이어서인지 포크레인으로 무덤을 완전히 파헤쳐서 없애고 거기서 나온 돌로 선조들 무덤 앞을 쌓았다.
사적지로 지정하여 보호는 못할망정 석산개발로 없애고, 기계로 깔아뭉개는 속에서 어떻게 지역문화를 얘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이 부안에서 문화유산을 대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4년마다 지자체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현직은 치적을 자랑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은 장밋빛 청사진을 올려놓는다. 출마자들은 한결같이 인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고, 무슨 공장을 유치한다는 등의 틀에 박힌 빤한 공약들이 눈앞에서 춤추게 한다. 재정자립도가 16% 뿐이 안 된다는 부안에서 부안군수와 지자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회가 부안의 역사문화에 대해 관심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선거를 통해서 당선되었다면 지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부안의 미래는 조상들이 쌓아온 문화와 역사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부끄럽게도 언제부턴가 부안과 고창이 비교된다는 사실이다. 귀농인들이 선호하는 곳이 고창이라는 것과 고창은 볼 것도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부안 사람들은 긴장하게 된다. 
 부안에서 가장 보기 싫고 아픈 것 중의 하나가 배메산의 석산 개발이다. 큰 산 하나가 몸이 해체되면서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는 중이다. 늘 궁금했던 것은 사업을 승인해 주는 주체가 저곳을 한번이라도 방문해서 살피기라도 한 것일까. 지표조사를 해서 어디에 문화재가 있는지 확인이라도 했다면 저렇게 사업을 승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면 그곳에는 백제시대 돌방무덤이 퍽이나 많기 때문이다.
지자체 선거로 군수가 몇 번이나 바뀌어도 돌방무덤 등의 문화재는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 선거로 누가 선출되든 부안의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전망은 필요하다. 주민들도 문화재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지장체장들은 재임기간 동안 과거의 유산을 없애서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자신의 치적을 보이려는 유혹에 끌린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예부터 있어왔지만 위험하다. 공자선생도 자신이 하는 일을 술이부작(述而不作)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보다는 옛 선조들이 만든 것을 지키고 풀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문화재가 파괴되는 부안의 현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독자들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너른 관심과 어깨 걸고 거친 길을 함께 멀리 동행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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