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역, 부재자투표 불법 폭로 잇따라...민변 “공정성 상실한 주민투표 즉각 중단해야”

군산 및 전북대책위의 부정투표 비판 기자회견. 사진 / 참소리
핵폐기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공정성을 상실한 채 부유하고 있다. 곳곳에서 부재자투표 불법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공무원-민간인, 찬성-반대주민, 지역간의 갈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역별대책위에 이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도 “불법성과 불공정성으로 더 이상의 주민투표의 진행은 법적인 의미가 없다”며 정부 일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부재자투표 불법사례 연이어 폭로

군산·영덕·경주·포항 4개 지역에서 불법 부재자 신고가 무더기로 이뤄진 것이 드러났다. 지난 20일 중앙선관위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신고한 185장의 신고서를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총 807장의 신고서를 무효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엉뚱한 사람의 서명이 돼 있는 신고서가 80장에 이르렀고 심지어 사망한 사람의 신고서도 3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는 전체 부재자신고서 25만136장 중 허위작성이 의심되는 1천573장을 조사한 결과여서 전체 신고서를 조사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덕군에서는 영덕대책위가 부재자신고를 한 430명에 대해 전화조사를 한 결과, 이 중 불과 32명(7.4%)만이 본인의사로 직접 부재자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재자 신고를 한 적이 없다는 경우는 113명(26.3%), 본인이 부재자 신고를 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65명(15.1%)에 이르는 등, 전체 응답자 중 41.4%가 부재자 신고를 한 적이 없거나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재자투표 전후로 불법사례 급증

공무원들의 불법 사례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영덕군에서는 공무원이 주최하는 ‘마을별 사랑방 좌담회’에서 주민들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한 행위가 발각됐다.

그리고 경주대책위에 따르면, 경주시는 지난 18일 읍면동 사무소에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3천억원 지원과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 등 선관위에 의해 금지된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배포했다. 또 지난 21일에는 한 동사무소에서 동장이 통장들을 모아놓고 ‘부재자투표소 투표가 아닌 거소투표를 유도할 것. 부재자 투표시 찬성표를 찍을 것’ 등을 주문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25일 부재자 투표 시작을 전후로 이런 사례는 더욱 급증했다. 영덕군에서는 동사무소로 주민들을 불러 공무원들이 보는 가운데 투표하도록 한 사례가 적발되는가 하면, 군산에서는 지난 24일 모 면사무소 공무원이 우체통에 57장의 투표용지를 투입하려는 과정이 대책위 회원에 의해 적발됐다. 어떤 동에서는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은 주민에게 투표용지가 도착하는 일도 발생했다.

민변 “주민투표 무효화 해야”

각 지역에서 불법사례들이 늘어나자, 자체 조사에 착수했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부정투표 의혹이 불거진 핵폐기장 후보지역의 주민투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민변은 “투표 결과의 유효성이 투표과정에서의 불법과 불공정으로 인해 상실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투표 결과 찬성률이 높은 한 지역을 방폐장 예정부지로 지정하는 행위 또한 위법”이라고 단언하고, “주민투표를 즉각 중단하고 방폐장 특별법을 제정해 부지선정작업을 다시 하든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현행 주민투표법과 방폐장 지원특별법을 개정해 다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후유증 클 듯

한편, 공무원들을 동원한 투표운동에 따른 시비와 찬반주민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군산에서는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찬성단체 주민들이 반대단체의 현수막을 찢고 주민을 폭행한 혐의가 제기됐다. 군산에서는 이달 초에도 찬반 주민간의 물리적 충돌로 경찰 입건수사가 된 바 있다.

이처럼 눈에 드러나는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찬반 주민간의 갈등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포항 일대를 맨발로 걷는 행진을 벌였던 포항대책위의 박창호 정책실장은 “걷기대회가 시작되자 면사무소 직원이 찬성주민을 동원해 트랙터와 농기구를 몰고와 욕설을 내뱉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영덕과 경주 대책위 관계자들은 “공무원들의 불법 부재자투표를 제보한 주민이 그 마을의 찬성 주민과 심한 마찰을 겪는 등, 공무원들 때문에 주민 갈등이 더 깊어지는 꼴”이라며 입을 모아 토로했다. 그런 마찰이 두려워 불법이 있어도 제보를 꺼려하는 주민들도 생기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공중 부양하고 있는 주민투표가 어떤 결말로 치닫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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