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들를 수 있는 식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사진작가 허선생을 따라서 시장통에 있는 모양식당에 가게 되었다. 찌개 하나에 주인 백사장이 만든 음식 8가지가 상을 채웠다. 반찬 가짓수가 갖는 허수를 줄이고 모든 반찬에 손이 가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집에서는 반찬 모두에게 젓가락이 공평하게 가니 민주주의(?) 밥상이다. 그리고 정갈하다.
모양식당은 큰 거리에서 시장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10 여m 가면 있다. 식당 이름이 궁금해서 물으니, 주인아줌마는 부안읍 사람인데 고창으로 시집을 갔다 한다.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을 열면서 고창의 모양산성을 따서 모양식당이라 했다고 한다. 이 집 음식을 어머니 손맛이라고 하면 너무 진부한 얘기다. 같은 얘기지만 그저 옛 생각이 절로 나는 그런 음식, 거기에 그날 나온 신선한 생선으로 끓이는 탕이 철 따라 바뀐다.
여름에 지인들이랑 모양식당에서 식사 한 적이 있다. 상에는 김치, 딩핑이젓, 조개젓, 쥐포조림, 고사리무침, 고구마순, 고추볶음, 그리고 막 만든 외무침이 올라왔다. 그리고 하나가 빠졌다면 부안을 솔찬히 안다는 사람들은 짐작할 것이다. 부안의 어느 식당에서나 올라온다는 풀치조림이 빠졌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주머니는 풀치를 못 샀다고 친절한 말씀까지 상에 올려놓았다. 그날 찌게는 서대탕이었다. 맛이 깔끔하고 국물이 시원하다. 그곳을 함께 찾은 다섯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밥 한 그릇에 누룽지까지 더 채우고서 식사를 끝냈다. 주인아주머니는 가격에서 5,000 원을 덜 받겠단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기언시 5천원을 깎아 주었다. 손님은 더 주겠다는데 가게 주인은 덜 받겠다는 이런 모습이 흔치 않지만 부안의 모습이라면 좋겠다.
그 뒤 얘기를 나누던 중, 아주머니가 알고 있는 고기 얘기를 들려주었다. ‘설숭어’라고 했으니 숭어는 겨울에 맛있고, ‘보릿대숭어’는 맛이 없다고 한다. 보릿대 숭어는 보리를 벨 때쯤 많이 커버린 숭어를 가리킨다. 하기사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도 있다. 여름에는 서대와 농어가 맛있다고 한다. 보리누름에는 서대를 먹는데 여기서 보리누름은 보리 모가지가 누렇게 올라 온 때를 가리킨다. ‘오뉴월 농어를 먹으면 앉은뱅이도 뿔껑 일어난다’는 옛 얘기도 있다고한다. ‘가을 장대는 막둥이 사우(사위) 골방에 넣고 먹인다.’ 늘그막에  낳아서 귀엽게 키운 막내딸이 결혼을 했는데 그 사위는 또 얼마나 이쁠꼬. 장모는 긍게 어린 사위를 몰래 몰래 먹이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비밀스런 장소인 찌끄막한 골방을 골랐을 거고. 겨울에는 물메기 탕이 시원하여 좋은데 부안에서 잡은 고기가 적당하고 끓일 때 잘못하면 흐물흐물 풀어져 버리는데 아침에 가져다 끓이면 안 풀려서 식감도 좋다고 했다.
모양식당 아줌마가 식당을 고만 두었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에 전화를 했다.
“왜 고만 뒀대요?”
“장사한지 40년이 넘었어라우, 몸도 그렇고. 지금 자리서는 소방도로가 남서 2001년부터 했고 올 2월 말에 친척에게 넘겼소.”
“어찌 몸이랑 괜찮흐요?”
“허리가 아프요. 이제는 아픈 것이 다리까지 내려왔고요. 허리 협착인디 익산에 잘 하는 교수가 있단디 가볼 작정이요.”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인다. 모양식당을 인수한 친척이 솜씨가 좋다는 얘기다. 앞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식당을 찾아봐야겠다. 모양식당을 포함해서.
안도현의 ‘모항가는 길’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객지밥 먹다가 석 삼년 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문을 열고 언제라도 쉽게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집 같은 식당이 있을 겁니다. 손맛과 인정이 있는 그런 곳, 거기다 철 따라 식단에 올라오는 음식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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